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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꽃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3
정연철 지음 / 비룡소 / 2013년 12월
평점 :
얼마전 내가 아는 분이 지금은 아프신 자신의 아버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있었다. "네가 어렸을 적에 말이다. 퇴근한 날 반기는 네가 너무 이뻐서 번쩍 안아들고 이쁘다하고 있는데, 네 할아버님이 그렇게 어른들 앞에서 대놓고 아이들 이뻐하는 거 아니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어느새 네가 이렇게 컸구나."라고 하셨단다.
이젠 그 이야기를 전해준 분이 자신이 그 당시의 아버님 나이가 되었으니 시간이란 얼마나 빨리 지나는 건지, 많이 아쉽다고 하셨다. 지금에사 서먹하다고 느꼈던 아버님 마음을 알게되어서 많이 늦은것같아 아쉽다고 하는 그 분을 보면서 나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세대에게 "무섭다.엄하다."라고 기억되는 아버지란 단어를 "마법의 꽃"에 나오는 기범이 아버지를 보면서 다시 생각해보게된다.
술만 마시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어머니나 아이들을 때리는 아버지,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가장이란 집안에서의 제일 커다란 힘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아버지덕에 기범이 가족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집안에서의 탈출만 기다리던 기범이 중2때 아버지의 죽음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나쁜 기억은 이제 사라지겠지 싶었지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찼던 자신의 과거가 기범이를 끝까지 괴롭히게 된다. 그 기억을 피하기 위해 몇 년이나 공부를 핑계로 찾지않았지만 끝내 피하기만 할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드디어 고향을 찾은 기범은 늘 찾아온 것처럼 아무렇지않게 자신을 반기는 어머니와 자신의 오래전 일기장을 만나게 된다. 하나씩 읽어가던 기범은 자신에게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였음을, 그리고 자신에게 아버지와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툰 화해의 순간도 있었음을 기억하게되고 이제사 마음의 무거움을 벗고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알게된다.
잔잔하게 숨어있던 기억을 하나씩 꺼내드는 '마법의 꽃'은 너무 심하다 싶은 아버지에게도 더 잘해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과 무게로 순간 순간 가족에게 보이는 연민이 있음을, 그리고 보이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음을 느낄수 있다. 많은 걸 가지고 있지는 못하더래도 엄마, 아빠라는 단단한 사랑의 울타리안에서라면 아이들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구절구절은 우리 부모들에게, 부모나 가난등의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상황으로 좌절의 순간을 느낄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온통 나에겐 아니였으면 싶은 순간만 있다 믿었던 기범이 말하듯 버틴 다음에 찾아오는 뜻밖의 행운을 기다리게 하지않을까 싶다.
그래도 튀밥꽃 피는 시간을 기억하겠다는 기범의 말처럼 우린 시간이 갈수록 어렸을 적의 행복한 짧은 순간 순간을 더 자주 기억하고, 그걸 살아가는 기본 힘으로 갖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장애물 달리기 같다는 삶속에 우린 아이들에게 어떤 추억의 꽃과 향기를 주었는지,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 난 충분한 추억을 주고 있는지가 마음에 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