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그 이름, 모성

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뉴스에서 간혹 "아이의 엄마가.."란 이야기가 나올때면 모성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어린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이미 수십년 엄마이였던 것 같은 이가 있는가하면 이미 큰 아이가 있음에도 늘 처음 만나는 아이인양 뭔가 서툴고 흔들림이 심한 엄마를 봐 왔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들을 볼 때마다, 혹은 엄마가..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모성이란 아이를 낳으면서 본능적으로 생기는 걸까, 아니면 엄마가 됐다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에 의해  의식적으로 키워지는 감정일까란 생각을 하곤 한다.  

 어머니에게 따뜻한 사랑을 충분히 받았던 딸이였기에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내가 받았던 그대로의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적절한 준비가 되지않은 상태여서일까, 엄마와 아이라는 같은 상황이지만 아이였던 내가 순응했던 일들이 울 아이들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때 당황스러울때가 있다. 미나토 가나에게도 이런 생각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보다는  엄마의 딸이였음 하는 마음이 더 컸던 엄마는  친정 엄마와 딸이 생사를 다투는 순간, 머뭇거리지 않고 엄마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친정 엄마는 자신의 목숨보다는  자신의 생명이 미래로 이어지는 쪽을 택하겠다며 손녀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이 일은 '아름다운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던  가족의 슬픔이자 비극의 시작이 되고만다.  엄마의 죽음이 사고였다는 기억때문인지   자신이 엄마에게 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딸아이에게  당황을 넘어  끔찍해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한없이 깊고 넓기만 할거라 여겨지는 모성에도 역시 아이와의 충분한 시간으로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는 건  아닐까 싶다.   

엄마와 딸의 입장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내놓는 이야기는  나 역시 엄마이면서 딸이기도 해서인지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듯하다. 그러기에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모른 채  멀어지는 그들의 거리가 안타깝게 된다. 수많은 시간을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매순간 함께 했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마음에 그늘이 진 엄마와  시댁에 들어온 후  힘들어진 엄마를 생각하느라 더 조심스러워진 딸은 서로의 진심을 보이지 못하고, 오해로 조금씩 거리를 두게된다. 거기에 중재를 해주었음 싶은 아빠 역시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는 핑계로 무심을 넘어 무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겉으론  평온한 그들은 가족에게서가 아닌  타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받지 못했다 여긴 각자의 애정을 구하게 된다.

생활속에서 비틀어진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 오해와 불신을 만들 수 있는지를 담담하기에 오히려 잔인하게  그려간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은 우리에게도 가까운 이에게 보였던 무심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마음과는 다르지만 오히려 가족이기에 함부로 내뱉게 되는 쌀쌀하고 마음 아픈  이야기는 없었을까, 알고 있다 여긴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라는 대부분의 가족들에게 있어야 할 따뜻한 모성뿐 아니라  따뜻한 가족에 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