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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검은 머리 파뿌리라는 말의 엄숙함은 병원에서만큼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곳은 없는 듯하다. 얼마전 아버님 병간호로 병원에 드나들면서 바라본 세상은 결혼했는가, 안 했는가, 그 와중에도 많이 사랑하며 살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나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환자옆에 함께 하는 건 아무래도 오랜시간 정을 쌓아왔던 배우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였기 때문이다. 아버님 옆 병실 환자분으로 들어온 부부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났다. 남편의 갑작스런 병에 가볍게 생각하고 입원을 했지만 계속 나빠지기만 해서인지 평상시와 다르게 짜증이 늘었다며 남편을 두둔하는 아내는 내가 보기엔 환자인 남편보다 상태가 더 나빠보였기때문이다. 여자의 몸으로 누워있으려고만 하는 남자를 계속 일으켜 운동을 시킨다거나 말이 둔해진 남편의 손짓이나 눈짓으로 의사소통이 되야했기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병원 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 "나였더라면..."이란 생각이 당연히 들만큼 지쳐보이고 면역력이 떨어져 계속 체하거나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데도 아픈 남편이 있으니 보호자들이 눕는다는 작은 침상에조차 맘대로 눕는걸 보지못했기 때문이다..
나였더라면... 몇달동안의,혹은 몇년동안의 기약없는 보살핌을 할수 있을까 란 의문이 들때쯤 우연히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있는 걸 보게됐다. 불평을 하다가도 아파하는 모습에 안쓰러워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저절로 잡게되는 손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기도 하고 "저게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의 저자 김재식님 역시 갑작스레 시작된 아내의 희귀 난치병이 6년간 지속되며 느꼈던 감정들을 적어갔던 일기글을 보여주고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병원 생활이 계속되니 아내에게 세상에게 원망하고 그런 자신에게 절망하던 모습, 아이들을 방치에 가깝게 내버려둘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마음, 모든 걸 잃었다 생각했는데도 나빠지기만 하는 아내의 상태와 그런때마다의 자신의 감정 등이 솔직하게 나타나있기에 오히려 안타까운 그 마음을 느낄수 있게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은 순간마다 숨을 쉬게 해준 친구들, 이웃들, 얼굴도 모르는데 도와주는 분들, 그리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포기와 절망의 순간을 지나 희망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로 김재식님은 우리에게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삶에 찾아올 수 있는 굴곡에서 지켜가는 사랑의 힘이 뭔지를 알게 한다. '어차피 하루에는 하루치밖에 감당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니까, 그것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혹은 생명이든(p.11)' 이라 말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지켜냈기에 고마워지게된다.
사랑이란 뜨겁고, 즉각적이고 달콤한 줄로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진짜 사랑이란, 뜨거운 피가 식고 식어야 상대를 감싸안는 따뜻한 체온으로 변한다거나 우리는 모두 빌려서 사랑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존재들이니 제대로 사랑하다가 상처없이 돌려주자는 김재식님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듯하다.
행복했으면 , 웃었으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충분히 행복한거라는 걸 알게된다.
그 이별이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내일 다시 만날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지 않을 그 어느 날 나보다 더 성숙한 어른으로 그 아이가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기 때문이다. p.128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p.146
우리는 모두 빌려서 사랑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존재들이다.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