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초인종을 누른 낯선 이의 목소리 " 내가 누군지 알아?" ...
아마 이 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이런 장난을 칠만한 친구 중 비슷한 목소리부터 살아가면서 실수로라도 내가 아프게 했던 이들의 목소리까지, 기억이란 공간에 저장되어있던 비슷한 목소리, 그리고 이런 말을 던질만한 사건들을 꺼내가며 살짝 오싹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우리는 나만 알고 있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던 '그 짓'이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어느 문장이나 상황속에서 머리에서 툭 튀어나온 경험들이 있기에 말이다. (설마 나만 !!) 더군다나 "내가 누군지 알아?" 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가 있다면 더더욱이나 말이다.
사랑하는 그와 그녀, 슈헤이와 가나미는 갑작스런 임신으로 달콤한 신혼이 깨어지게 된다. 과도한 주택대출금과 빠듯한 생활비라는 경제적 현실에 막혀 임신중절을 택하게 되면서 가나미에게 이상한 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임신중절이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가나미의,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엄마로서의 커다란 불안감이 불러온 일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렇게만 보기엔 너무 이상한 일들이다. 아마 공포 영화에서 많이 보았을 어두운 밤 산사에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여러 사건들과 얽힌 소문들,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나 사라진 기억들, 거기에 느껴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의 서늘한 눈빛은 조용한 방안에 울려퍼지는 부스럭 소리, 등 뒤를 간지르는 이상한 느낌처럼 우리에게 뭔가가 더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임산부 네 다섯 사람중 하나는 하고 있다는 임신 중절에 대한 사회의 느슨한 시각을 다시 돌이킨다는 점에서는 사회적 비판을, 그리고 알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는 그 무언가의 대단한 집착엔 스릴러와 호러를, 그리고 그럼에도 검은 머리 파뿌리를 생각하며 그 곁을 지키고자 하는 예전 바람둥이 남편 슈헤이의 행동에선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부부간의 애정을... 이 모든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전 날카로움이나 사건의 반전이란 면에서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것이 아닐까 싶다.
친구들이 전해준 무서운 이야기 중, 사라진 엄마를 찾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 보고 싶지 않니?" 하고 물어봤다가 "아니, 엄마는 아빠 등에 매달려있잖아!!" 했다는 아이의 대답에 기함하고 그 이야기에 소름끼쳐하던 내가 생각나는 건 왜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단지 우리를 무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 든 우리가 뭔가를 선택할 경우는 늘 우리에게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할 의무 또한 주어지는 것이니 그 순간 좋아보인다는 것으로 쉽게 행동하지 말것을, 그리고 끝까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 당시는 모른 척하는게 가능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 일의 결과가 돌고 돌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당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최선을 늘 다하지 않는 내 등이 갑자기 오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