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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곧잘 넘어질뻔하는지라, '한치앞을 보는 능력' 이 있었다면 그 돌멩이를 순간 넘어갔을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드는게 이 책에서처럼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좋았을껄이다. 그런게 있다면 살면서 창피할 일도,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최선일까 하는 고민이 필요없을텐데 싶다가도 만일 그 능력이 진짜로 있어, 5분 뒤 누군가가 나에게 '이제 헤어지자'나 '너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그런 상황은 예기치 못한 상황보다 더 나쁘지 않을까 싶어진다. 언제까지든 피할 수 있는 능력이야 물론 있겠지만, 늘상 읽히게 되는 곤란한 상황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않을까 싶어서이다,
미래를 보는 힘과 과거를 바꿀수 있는 힘, 둘은 늘 영화나 책으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해왔다. 그건 아마도 미래를 본다면 지금 현재에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과거를 바꿀수 있다면 지금 현재에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있다면 부러울 그 힘을 가진 이들에게는 늘 어려운 일들이 생기곤 한다.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간 '백 투더 퓨처' 시리즈가 그랬고, 미래의 5분을 본 '넥스트'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랬다. 뭔가를 바꾸기 위해선 우선 그 자신의 일생부터 바뀌게 되기때문일지도 모른다.
14대 달라이 라마 으뜬 갸초에게 보낸, 10년전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라는 편지 한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정해진 운명 따윈 없다는 신가야라는 한 청년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짧지만 굵었던 인생이야기를 꺼내놓게된다.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 '미래를 보는 아이들'의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역사를 바꾼 이야기와 지금도 그 힘을 한 개인에게 묶어두려하는 악마라 불러도 좋을 이와의 싸움을 준비한 '신가야'는 진정한 궁극의 아이라는 이름답게 자신이 본 미래대로 그들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일들을 자신의 손안에 두기를 원하는 이들과 맞서게 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수 없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읽는 그의 능력은 역시나 특별히 하나 더 받았기에 그 만큼의 삶의 무게를 더했음이 드러나게 된다.
크게는 지시에 따라야 하는 미국 대통령, 일본과 중국의 일촉즉발 상황, 달라이 라마라는 종교 지도자와 음모,작게는 사랑했던 여인의 비밀로 괴로워하는 이, 거기에 미래를 보는 남자와 7살 이후의 모든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여자라는 너무나 멀게 떨어져있다고 여겨지는 사건 하나 하나가 가야를 중심으로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엘리스에게 당신이 바뀌면 당신의 인생도 바뀐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가야의 사랑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인간이라며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자에 맞설 용기가 되고, 정해진 미래를 바꿀 결정적인 힘이 되게 된다.
신은 그래서 평범한 우리에게 불투명한 미래를 준 건 아닐까 싶어진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대가 사랑스러운 건 당신 속과 우리의 내일을 모르기때문이고 그렇기에 우리의 사랑은 더 간절해지니 말이다. 역시나 내일을 확실히 알수 없기에 오늘 더 열심히 살아볼 힘을 어디선가 불러오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sf액션 스릴러로 다가오는 이 이야기가 따스하게 남는 건 아무래도 책 전체를 흐르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훨씬 뛰어넘는 사랑과 정, 그리고 마음이 가득 들어있기때문이다. 죽어서도 죽을 수 없었던 남자가 말하고 싶어도 말할수 없었던 건 너무 가득차 넘치는 마음이였으니 말이다. 간만에 책속에서 강렬함과 따스함이 들어있는 영화를 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