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그 곳이 채텀처럼 조용하고 쓸쓸하며 누가 누군지 다 아는 곳에서  살았다면 더더욱이나   날 모르는 사람들과의 낯선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더 바라게 될 것이다. '붉은 낙엽'으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게 사실은 행복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토머스 h.쿡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과 우리의 이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삶의 기준을 정해놓아 생기게 된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쓸쓸한 노년의 나이가 된 헨리가 자신이 소년이였을때 바라본 채텀이란 공간과 그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나 더 만족해보이는  아버지의 모범적인 일상이나   늘상 똑같이 들려오는 규칙에 염증을 내던 자신을 보여주며 그러다 만난 채닝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리라는 희망을 키우던 헨리는 무조건적으로 옳게만 받아들였던 어른들의 세상이 그다지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을만큼 자란 아이가 바라 본 세상은 어떤지, 그리고 그렇기에  자신과는 다르게 많은 여행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새로 오신 채닝 선생님에게 당연히 호감을 갖게 되는  자신의 기억 순간 순간을 보여준다.

 

 내가 헨리였대도 그녀가 꺼내 놓은  여행 기억으로 시작된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맛 볼 자유의 바람을 미리 느껴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시간동안 자신의 꿈을 그려갔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을 잘 따르는  학생이라는 관계는 헨리가 채닝 선생님이  리드 선생님과 친해지는, 그리고 사랑에 빠진걸 알게됐다고 믿을만큼 친하게 되면서 살짝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채텀에서의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나가게 된다.  더 자주 만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이 사랑을 이루기위해 이 곳을 떠나기라도했으면 하는  소년의 바람이 커지는 것말고는 말이다. 하지만   채텀에서의 일들은 금방 소문이 되고, 그렇지않아도 배신의 기억에 사로잡힌 리드 부인이 이상해지면서  '그렇고 그런'이란 관계는 무조건 안된다는 어른들의 시선으로   채텀에 비극이 생겨나게된다.

 

"그 세상에서 중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한층 깊고 오래 지속되는 결과와 관계였다" -214

인생은 한번 뿐이고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이야기를 남기는 리드선생님, 인생은 원래 부당한 것이며 우리가 가장 후하게 주거나 받을 수 있는 건 신뢰라는 아버지,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며  갈망은 우리의 운명이며 그 끔찍한 고통을 달래기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게 믿음이라는  헨리등  모두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느끼고 믿었던 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삶이란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옅은 후회를, 그리고 안타까움을 주게된다.

 

토머스 h.쿡은    사건을 삼켜버리고 조용해진 채텀의 검은 연못처럼  평온해보이는 우리의 일상안에는   감출것도 말하지 못한 것도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가며  뭔가 일어날것같은 불안불안함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사건이나 꼬임, 반전을 말하지는 않지만 일상을 적어나간 줄 알았던 일들이  책이 넘어갈수록 '이제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 싶은  작지만 뭔가 께름직한  불안이나 오랜 세월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우연히 드러내는  몰랐던 속 이야기들이 되어가며   어쩌면 나 역시 가지고 있는,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탈출을 꿈꾸지만 머물수밖에 없어 괴로워하던 리드 선생님이나  딸이 자유롭게 자라게 하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을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닝 선생님, 자신의 조용한 삶을 평생 불안하지만 맞다고 살아온  헨리 어머니, 믿음과 선량함 신뢰가 살아가는 동안의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헨리 아버지 등 모두에게서 내 마음 조금씩을 볼 수 있기에  제각각의 방향에 서 있는 그들 모두를  이해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평범한 이웃이였던 이들의  조용하고 은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대로 사건이 모양을 만들어가며 부풀어 오르기에,   이제껏 내가 보고 들었기에 진실이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었던 일들이 과연  진짜였을까 싶다.  난 내 소신대로 살아가는 동안 애정이라며 다른 이들의 삶속에 너무 끼여들어 문제를 만든 적은 없었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그들은 황무지를 만들어놓고 그걸 평화라고 불렀다."-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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