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같은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3
토마 나르스작 외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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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는 많이 참아야 하는 법이라우." 다리를 질질 끌며 앞서가는 노인장이 말합니다. 이미 죽은 아내를 찾는 라비넬에게 말입니다.

 

"까~~악" 이쯤에서 이런 비명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이미 그의 아내 미레이유는 죽었는데 자꾸만 그의 눈앞에 나타나고 가끔은 며칠있다 집에 올 터이니 걱정말라는 편지를 남기는 대목쯤에서 말입니다. 물론 라비넬은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수도 없고,  누구보다도 먼저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마음놓고 잘 수도 낮에 푹 쉴수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남들이 먼저 그녀에게 "누가 널..." 이라는 질문이라도 할까 말입니다.

 

 라비넬은 자신이 죽인 미레이유가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에   끔찍해  하다가도 그녀를  만나길 원하는 듯 하기도 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하며 점점  모든 걸 놓게 됩니다.  자신의 공범이자 애인인 뤼세느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해 보기도 하지만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처럼 이미 자신은 그녀가 사망한 걸 맥을 짚어 다 확인했으니  이상한 생각은 '그만' 접으라며 위협 아닌 위협만 하고 말입니다.

 

아내의 보험금으로 애인과의 멋진 삶을 꿈꾸는 어리석은 남편의 계획살인이라는 이야기는 점점 삶과 죽음, 사람과 영혼사이에서 정신을 잃어가는 라비넬의 생각으로 진행이 되갑니다.  아내의 죽음에  동조했다뿐이라긴 하지만 그의 다음 행태는 그가 생각보다 독한 이도 아니였고, 또 애인이라 부르기도 뭣한 뤼세느에게 매달리지도 않는 걸 보아하니  그다지 애정도, 또한 보험금에 눈이 먼 것도 아니였던 듯 보입니다.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이 사건의 '악마같은 여자'도 궁금하지만 사실은  이런 끔찍한 계획에 아무 생각없던 라비넬이 제일 악마같은 이가 아닐까 하게 됩니다.

 

 1952년에 부알로와 조르주 두 명에 의해 쓰여졌다는 이  이야기는 그 뒤에  노엘 칼레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라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나 완전 범죄를 꿈꾸는 남자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갇히며 생기게 되는 이야기입니다.자신이 꾸민 사건에서는 완벽히 혐의를 벗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서  그를 '범인'이라  말하는 증인들과 증거들 틈에서 자신의 무죄를 땀나게 증명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두 사건 모두  살인 사건후의 진짜로 시작되는 사건과 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점점 조여오는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조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안쓰럽다가도 '악마 같은 여자'에서 의 라비넬이  나중에도 그다지 후회를 하지 않아보인다거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의 줄리앙이 자신을 위해 거짓 증언을 해준 잔에 대해   "그녀라면 용모도 괜찮다."부터 생각하는  태평함을 넘어선 뻔뻔함은   나중에 그들이 어떤  형벌을 받게 되더라도...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두 이야기 다 영화로 이미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특히나 악마 같은 여자는 디아 볼릭처럼 남자의 죽음으로 바뀐 채 여러번 영화화 하기도 해서인지  아직 눈에 익지않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 나온, 꼬이는 커플들과   완벽한 타이밍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이야기가 조금 더 흥미롭고 지금 읽어봐도 짜임이 완벽하지 않나 싶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결국 나쁜 짓을 저지른 후에 고통받는 두 남자, 그리고 다른 커플들의 비참한 최후와 더불어  결국 벌은 어떻게든 저지른 이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그때나 이때나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뭔가를 저지르는 이가 있다면 '부디 정신차리시길' 하는 이야기가 아직도 살짝만 다른 이야기로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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