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간만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1997년에 쓴 것이라하니~~ 벌써 한참 전에 몸풀기를 한 작이다. 갑갑한 하루라며  꿈지럭 꿈지럭 불평을  말하는 남자는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에 잠깐 근무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주변 정교사들의 무리하지 말고 석달을 보내라는 충고를 너무 쿨하게 받아들이기에 살짝 얄밉기까지 한 이 남자는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달리, 아이들에 대한  분위기 파악이나 관찰력이 꽤 뛰어나다는 걸 일상 생활 중 잠깐씩 보여준다. 좋아하지 않는 곳에는 눈길이 잘 안가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기에 정해진 기간동안만 별 탈없이  일하겠다는 무덤덤한 말보다는  아이들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싶어지게 된다.  보통땐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나가길  기다리지만 문제가 있다 싶을때는  아이들편에  서 주는 그의 따뜻한  눈길을   약간이지만 느끼게 되면서 그는 매력을 더하게 된다. 거기에 근무 이틀날부터 살인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만 언제나 당황하지 않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는 경찰보다 더 예리한 수사감까지 갖추고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된다.

 

그가 옮겨다니는 학교마다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완벽할것같은 선생님들 역시 집으로 돌아가면 보통의 가정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는 어른일수 있다던가 소심한 성격으로 일이 벌어지게 된다거나 아이들 장난이 불러온 장난이 아닌 결과들, 분노에 차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과의 소통이 되지않아 벌어지게 된 '그'의 눈으로 바라본 네개의 사건들과 초등학생 눈으로 바라본 2개의 사건까지 모두 6개의 이야기가 가볍게 읽히는 중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 맞게 잠깐씩 학교나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꼬집어준다.

 

아이를 상대로 하기에 무조건 믿고있다는 '아름다운' 시늉만 보이는 교사들의 행태나 한번 교사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더 큰 상처로 돌아가게 되는지를,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왕따가 시작하는 시점이라 볼 수 있는  초등학교 정도의   아이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호불호'가 있는 게 당연한 법이니  굳이 그걸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나눌 필요도 없고   또 그런 상대방의 나쁜 의도에 너무 좌지우지 될 필요도 없다는  멋진 충고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빌어 이야기해주고 있다.(작가 본인이 학창 시절 선생님을 싫어했다고 하는데 이런 나서야 할 자리만 나서는 선생님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한다.^^)

 

 6개의 이야기는 초창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학교물들처럼 학교내 아이들 사이에 놓인 약간의 암호와  알수 없는 단서로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라는  같은 형식을 취하기는 하지만    날카로움, 복수,긴장이라는 면이 다른 이야기보다 떨어지게 된다. 아마 초등학교 아이들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어디서고 있을수 있는 사람사이를 보여주기에  가볍게 쭉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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