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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얼마전 등산 갔다가 앞에 올라가던 조용한 행렬이 갑자기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뭔일일까 한 적이 있었다. 개 세 마리가 조용히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렇게 큰 개가 끈이 없다는 것에 놀라고, 그 개들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또 놀란 이들이 얼마전부터 그 세 마리가 이 산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시 놀라는 중이었다. 그렇지않아도 개를 무서워하는 나에게 갑자기 등장해 곁을 무심히 지나가는 세마리의 모습은 지나갔기에 안도감을, 다시 만날수 있기에 이 산을 등산할수 있을까란 걱정을 주었다.
그 때 생각해본게 사람이다. 가족이라며 이름을 만들어주고 이뻐해주던 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그들을 버릴때, 다른 이들이 느끼게 될 두려움이나 그럼으로 아무 것도 모른 채 받게되는 개들의 상처는 생각해보지않았을까란 생각으로 사람은 무슨 자격으로 동물에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또 멀쩡히 지나가는 그들을 보며 미리 두려움에 떠는 내 모습이 그들에겐 얼마나 낯설어보일까란 생각도 말이다. 신이 거두어가기전까진 살아있음에, 그것도 안전에 집착하는 건 우리나 그들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다들 알면서 말이다.
가상의 도시 '화양'에 눈이 뻘개지면서 열이 오르는 동시에 사망이라는 이름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가는 병쯤이라 여겼던 것이 에볼라보다 전염속도가 빠르다는 것과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개에게서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가뜩이나 불안한 화양은 갑자기 죽어가는 사람들, 버려지는 개들, 그리고 화양을 차단 구역으로 내,외부와의 연락을 막아버린 정부로 인해 점점 버려지는 곳이 되어간다.
이 곳에 있는 소수의, 사람답게 자신들의 할일과 있어야 할 곳을 지키려는 이들 역시 주변에 몰려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살고자 하는 기본 욕망에 더불어 파괴되가는 세상에 몸을 맡긴 짐승이 되버린 사람들틈에 휩쓸리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잃고 결국 자신마저도 지킬 수 없게 된다.거기에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그리고 자신이 받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여기는 분노를 말 못하는 개에게 풀려하는 동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화양에서는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고픈 개와 인간의 싸움까지 벌어지게된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나 내 심장을 쏴라의 쫄깃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가 '7년의 밤'을 쓴 이와 같다는 게 놀라웠는데 이번엔 '28'로 나를 다르게 놀라게 한다, 그녀가 써내려간, 준비하지 못한 바이러스로 당황해하며 한 구역을 완전히 막아버리고 그 곳의 인간들이 침몰해가는 걸 지켜봐야하는 건 광주에서의 일들을, 단지 개라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운명은 얼마전 일이 생길때마자 살처분되는 동물들의 비참한 모습을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살아있는 것들의 지키고자 하는 생존이란 고귀한 이름을 누가 누구에게 빼앗을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생존앞에 놓인 인간이 선택하게 되는 불안한 순간의 오해, 분노가 어떻게 세상을 파괴시켜 나가는 지를 보여주며 재난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똑같이 맞이하게 되지만 그 다음을 선택하게 되는 건 너무 분명하게 달랐기에 화양에서의 28일은 누가 짐승이고 누가 인간이였는지를 우리에게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