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솜씨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렉스, 웨딩드레스에서    뻔해보이는 사건을  뻔하지 않게 만들었던  피에르 르메트르의 '능숙한 솜씨'는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시리즈 2번째  '알렉스'를  보면서 알게 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바싹 말려버린듯 보이는  카미유가  가지고 있는 깊은 상처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때문이기도 하지만 피에르 르메트르의 이야기라기에 무조건 궁금하게 된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거기에 어렸을 적의 상처마저도 묻어버린 듯 까칠하고 무심하게  연이어 터지는 사건들만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카미유는   문득 문득 아내 이렌과의 결혼 전 만남이나 지금의 사랑을  떠올리는 착한 남자이기도 하고 팀원들의 버릇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자상한 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 그녀가 있기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 라며 치밀어 올라오는 감정에 울컥하기도 자주하는   카미유지만  계속된 사건들때문인지 혹은 자신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때문인지  사랑한다는 그녀에게  우리네 경상도 아버지만도 못한  어물쩡한 태도를 점점 보이게 된다.   그나마 마음과는 다른, 그의 행동을 미리 읽어주던  현명한 이렌마저도 힘겨운 임신으로  몸이 힘들어지며 그에게 간혹 서운한 눈빛을 보내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카미유 역시 그걸 알게 되지만   밀려드는 사건들때문이란  핑계 아닌 핑계로 그녀와 원하지 않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 중에  유난히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고,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범인이  보란듯이  남겨놓은 몇 가지 이해 안되는 증거들이 뭘 의미하는건지 고민하던 카미유는 그것들이 자신의 기억 어느 틈에 들어있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

 

이 이야기가 카미유 시리즈의 1편이자 피에르 르메트르의 첫 작이라서인지 다음 작들과는 다른 이야기구성으로 사건이 진행되게 된다.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 그리고 카미유의 입장에서 진행되던 이야기가      카미유에게 집중이 되면서,  사건이 생길때마다  사건 해결하라는  압력이 어떻게 쏟아지는지,  끔찍한 사건이 생길때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몰려드는 대중의 관심,또  그런 그들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며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기자들이란 북새통에 사건을 풀어가는 내내   그나 그의 팀원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보다 자세히 그려가고 있기에  예전 쫓기는 자와  쫓는 자를 보면서 우리가  가졌던 '이것이 다가 아닌가 보다.' 라는 불안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게 되고, 한줄 반전을 시도하게된다.

 


 이제껏 많은 영화에서 보였듯 자신은 예술의 길을 모사하고 있을뿐이라는 당당한 태도로  '날 잡아보라는' 범인의 무서운 속내를 편집증이나 '이런 미친' 쯤으로 여기게 한 게 어쩌면 이번 이야기의 반전이   아니였을까 싶다. 사건의 긴 나열쯤으로 여겼던 일들 사이에서  그만이 카미유 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것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으로 갑자기   알것 같다 여겨졌던 카미유가 낯설어지게 된다. 진짜 이 사건들은 누가 원해서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된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새롭게 일어나게 된다. 

 

 

많은 작가들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그의 이야기속에서  추리소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다른 작가들하고  다르게  그만의 독특한, 복수를 다하고도   '남아있는  슬픔'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된다. 하지만 이번편에서는 날선 슬픔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제껏과는 다르게 사건보다는 늘 정의롭다 여겼던 카미유에게  마음을 놓을수 없도록 한 것이 피에르 르메트르의  능숙한 솜씨 아니였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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