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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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똑같지.뭐" 라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날이 언제였던가 하고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을 꺼내는 동안 이것 저것 생각나는 일들은 누구랑도 다 비슷하지 않으까 싶었는데, 그날 밤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 삶이란  이렇게도 비참한 것이구나 하는 걸  리비 데이는 보여주고 있다.  이전까지의 기억을 '다크 플레이스' 라 부르는 저 편에 묻어두고 사는 여자 리비 데이는  25년 전 가족의 죽음 후, 그리고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한 오빠가 감옥에 있는 동안 그녀 역시 죽음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녀의 끔찍한 사연을 들은 이들의 모금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성인이 훨씬 지난 나이임에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지도, 사람들과의 교류 역시 생각지도 않고 그냥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모이던 성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녀는 가족들의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아마추어 추리 클럽의 호기심에 대답하고 자신의 추억을 팔기 위해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던 그 사건을  다시 기억하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의 책이라기에 급관심이 생긴 책이다.물론 겉표지에 있는  얼굴을 가린 한 소녀의 어두운 모습 또한 그러했지만 말이다. 사고를 당한 이에게 전하는 우리의 흔하고도 무책임한 관심과 대화가   그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상처로 갇힌 그들의 마음을  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라는 보통의 스릴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상적인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과 엄마, 혼자서 아이들을 길러내야 하는 무능력한 엄마의 일상 또한 길리언 플린은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나를 찾아줘' 역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반전을 그려내기 전에는 일상적으로 보였던 부부의 생활이 어쨌는지를 자세히 그려나갔듯이 이번에도 사건에 휩쓸린 리비가 얼마나 무기력하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 사건이 일어나기 전 데이 가족의 일상은 어쨌는지를 자세히 그려나가고 있다.  차라리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제멋대로인 아빠의 예기치 않은 방문, 잘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일상에 지친 엄마의 감정 폭발이 시작되는 일들, 이제 시작된 사춘기로 마음과는 달리 격렬하게 가족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오빠 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오해들, 그런 오빠에게 까부는 일이 정도가 지나치게 되는 여동생 이라는 그들 가족의 모습이 일상적으로 보이면서도  얼마나 지쳐가는지를 자세히 그려가기에  그들의 일상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다른 불안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니였을까 싶다.  만일 그 중의 어느 한 가지 일이라도 없었더라면... 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 일들이 모두 합쳐지며 비극은 시작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의 진실은 살아남은 리비를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


길리언 플린이란 작가의 매력이란 이렇게 읽어가는 사람을 내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해보이는데도 뭔가가 다가온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고 같은 일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아슬아슬함을 남겨두기에 말이다. 내 생각과는 다른 결말이였지만   25년이란 세월동안   사건속에서 가장 커다랗게 비워두었던, 진범이란 그림을 맞춰가는 '다크 플레이스'의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역시 기대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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