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볼 수 없게 하는 '도조 겐조 시리즈'의 시작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여름이긴 여름인가 보다. 연이은 추리물에 이젠 신들린다는 것까지~~ 하지만 더운 여름 햇빛도, 마구마구 올라오는  끈적임도 없애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찌나 요상한지,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라도 그 장면을  보려 하듯이 초현실적 이야기가 등장하는 지라 다른 책이랑는 다르게 뭔가 나올것같은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이 옆으로 가서 그 다음 대목을 미리 읽게 된다는 ,,,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짜 뭐가   나오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는 또 뭔가 싶다.

땅 자체에  뭔가가 씐 것으로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이곳 가가구시촌은 어찌 보면 무서운 귀신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의   음양사 분위기같기도 하고, 귀신 하면 생각나는 원한과 분노로 불타고 있는 링의 사다코처럼   산 골짜기를 돌면  누군가 바닥을 긁으며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남의 몸으로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는 혼령을 믿는 마을이기에 당연히  수백년동안 가가구시촌은 다른 마을에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종종 사라진다는 아이들, 그리고 동네나 산 모퉁이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서늘한 느낌과   어깨를 두두릴듯한 차갑고도 섬뜩한, 한번쯤 이상은 나를 부르는 뭔가를 보거나 들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 곳의  가미구시가와 가가치가로 귀신을 부리는 집안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에 와서도 서로가 흑과 백이라며   쓸데없는 허세로 마을을 음침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곳에 괴이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방랑 환상 소설가 도조 겐조가 나타나면서 연이은 살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연이어 사건은 일어나지만 현장 근처에 있는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별 다른 사람은 띄지 않았기에 매번 밀실 살인이 되어가는지라,  피해자들  몸에 남아있는 증거들을 보자면  신의 벌이 아닐까 싶어지게 된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등장하는 이들 각자의 눈으로 적어나간 글에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수상타 싶은 싶은 이가 생기다가도 그들이 만나게 되는 서늘함에는, 역시 아니였구나 싶어   마을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그 무엇인가가 이 마을에 들어왔구나 싶어지게 된다.

이렇게 신의 저주를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을 계몽해야한다던 렌자부로 역시 그랬듯이  갑자기 튀어나올 것같은 소리, 느낌, 바람 등 뭔가에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를 보게된다. '귀신이란건 없다.'고 하면서도 밤길에 스치는 뒷목 서늘함이나 시끄럽던 순간이 갑자기 조용해지던 이상한 느낌을   우리 역시 한번이상 경험한 일이라서 일지도 모른다. '뭔가' 라는 공포와 '사건'이라는 추리를 섞어낸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조 시리즈'의 시작은, 추리보다는 공포로  인간들의 잘못에 분노하는 신령님의 벌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들의 무서운 악의라는 이 이야기로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