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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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전국을 걸어가겠다며 아내의 사진을 등에 지고 걷고 또 걷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진행자가 왜 이런 행동을 하냐고 물었고 할아버님께서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생전에  어디라도 같이 가보자는 말을 할머님께서 하시면  "다음 봄이 오면..","다음 가을이 오면.." 이라며 갖은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된게 너무 미안해 사진을 들고라도 같이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나서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야기 중간 중간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님을 보며,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지금 하지 않은 일중에서 어떤 일을 제일 후회하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본적이 있었다. 아마 마음껏 사랑하지않은 일이 아닐까 싶다. "당신 그럴 수 있어???", "너 진짜 너무해!!!" 라는 말로   이런 저런 내 요구를 당연한 듯 들어달라 하게되고 그러다 마음에 들지않는다며 자존심을 세운다거나 언제든 할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으로 미루게되는 약속들이,  바로 지금이 그 일을 할수 있다거나 사과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였다는 걸 안 순간 제일 후회할 듯해  그 후론 "응, 그러자." 했던 일은 되도록이면 하려고 하면서 그렇게 내 사랑을 표현하려 애쓰는 중이다.

 

침실에 깔아놓은 이불 오른쪽은 나. 왼쪽은 당신이라는 지겨우리만큼 평범한 일상이 이제 끝나간다는 걸 안 에지에겐 요코와 살아온 날들이 돌이켜보니 기적과 같은 날들이다.  늘 움츠려들던 에지에게  그의 방식이 다 맞는 거라 힘을 주고, 그러며 없을 것이라 여겼던 행복을 그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런 요코가  죽으며 마지막 수수께끼를 그에게 남기게 된다. 떠나온 고향에 자신을 보내달라는 편지와 함께 고향 우체국에도   편지 한 통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된다는 편지를 받으러 요코의 고향으로 할수없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에지는 가는 동안 어쩌면 요코의 또 다른 선물같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과거로 현재를 잃었기에 미래도 없다 생각하는  스기노, 현재의 사랑을 잃었다는 생각에 미래가 불안한  다미야,  과거에 매여사느라 현재도 미래도 없는  난바라 등 여행중에 만난 이들은 에지에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풀처럼 무성하다"거나 "혼자가 되면 우러를 수 있네, 푸른 하늘을" 이란 산토카의 시구처럼 인생이란 혼자서도 , 또 둘이서도, 셋이서도  살아가는 거라는 걸, 그리고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다는 슬픔, 그리고 혹시 내가 그처럼 하지 않았더라면이나 그렇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는 늘 사랑을 잃고 남은 자에게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가 되기도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원한 건   과거에 매이지 않는 당신이 마음대로 또 다른 자유를 누리고 행복한 삶을 살며 가끔 자신을 기억해주는 거라는 걸 요코의  마지막 선물로 알게한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당신에게'는 꺼내주고 있지만, 읽어갈수록 이 이야기 또한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가야  하는 지에 관한 것이구나 싶다.  차도남, 차도녀,순정남, 순정녀가 대세라며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흔들리는 나에게  사랑과 행복이 뭔지 알게한 건  내 옆자리를 불편하게 가득 채워준 당신들 때문이니 말이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다는 행복한 불평을 하게 만든 밉지만 이쁜 당신들이 나 역시 너무 고맙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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