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튜즈데이 -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골든 리트리버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브렛 위터 지음, 조영학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등산을 하다보면  가끔 중년 아저씨 특유의(?) 약간은 무뚝뚝한 목소리반에 근심을 가득안은 목소리 반인 소리로 "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릴때가  있다. 당연히 같이 등산하고 있는 누군가를 걱정하는 목소리이겠거니 하는 부러움을 가지고 쳐다보면 그 주인공이 나이드신 부모님도, 부인도, 아이도 아닌 강아지인 경우가 종종 있다. 

 

모르는 척 가야하나, 휴식을 하게 내버려 둬야 하나 걱정인듯한 표정을 짓는 아저씨를 보며 난 후배에게 들은 그녀의 남편이야기를 생각해보게 된다. 결혼하며 키우던 강아지들을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후배에게, 남편은 자신은 가벼운 비염부터 온갖 알러지가 있기에 동물은 싫다고 해서 고민이였단다. 그래서  키워보고  결정하자고 며칠의 유예를 받아냈지만 정이 든 강아지들을 친정집에 놓고 와야 할 생각에  당연히 걱정이였단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주인임을 눈치챈 강아지들의 특유의 충성심과 애교에 마음이 흔들린 남편이  신혼집을 방문한 장인,장모 어르신들을 향해 인사를 드리며, 강아지들에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인사드려야지!!" 했다나... 

 

다행히 알러지도 없어서 같이 생활하게 됐는데, 이제는 남편이  강아지들을 더 챙기며 데이트할때보다도 말이 많아지고 마음을 잘 표현하게 됐다는 말에 그 모습을 상상하며 웃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어렸을 적 내 고민을 다 들어준, 정이 무지 많이 든 강아지가 있기에   강아지에 정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들이 우리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위로를 준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갖고 있었지만 외상성 뇌손상으로 가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핵폭발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이들에게도  부모나 친구, 그리고 의사가 들어가지 못하는 정신적 공간안에 들어가 위로가 되는  효과가 있으리라는 사실은 몰랐기에 강아지와 인간, 우리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과잉 각성 상태인 남자와 주변 모든 것들에 호기심많은  황금빛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가 만나, 상처를 핥아주는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과정은 실화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게 된다. 나라를 위해서라는 열의와 충성심을 가지고 군인이 되었지만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상처를 받은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이라는 이 책의 저자는  전쟁의 상처로 갖게된 정신적, 육체적 상처로  외상성 뇌손상이 남긴 휴유증만을 가지고  사회로 돌아오게 된다.   적응을 하고 싶지만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는 자신때문에, 그리고 냉랭한 우리들의 시선에 어쩌면 군대에서보다 더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행동을  불안에 떨며 일일이 기억하는 자신의 무의식과 연이어 찾아오는 공황상태, 표시가 잘 나지 않기에 상이 군인이라는 말이 필요없지 않냐고 생각하는 무심을 넘어 도 넘는 무례함을 나타내는 적의에 찬 시선들, 거기에  튜즈데이와 어디든 같은 공간안에 있어야 하는 그의 일상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보통 맹인 도우미견만 알고 있기에..)  보통사람들의 무지로 불러오게 되는 불안이 얼마나 큰지를,  그럼에도 자신이 이만큼 사람들에 적응하기까지 튜즈데이가 얼마나 큰 일을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계단 오르기가 아직도 힘겹다는 그를 위해 계단만 보이면 그를 기다린다는 튜즈데이,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것 같은 순간 순간을 그의 다리에 몸을 기대며  그를 기다린다는 눈빛을  한결같이 보내주는 튜즈데이를 안으며 그 시간을 견딘 남자가 이제는 두 개의 심장이 하나가 되는 궁극의 사랑을 느낀다며  튜즈데이와 자신의 우정에 대한 최고의 고백을 하고 있다.   정말 그렇구나 하게되는 건,  그가 점점 자신이 어떤 과거속에 있었느냐 보다는 이제 그 과거에서 지금은 이런 일들을 할 것이라는 미래를 얘기하게 됐기 때문일것이다. 우연히 만난 강아지와의 교감으로 남들이 몰랐던, 그리고 너무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낼수 있었던 남자 이야기가  누가됐던지 간에,  나를 바라보는 온전한 상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아껴주고픈 상대가 있다면 기적은 어느 순간, 당신에게도 찾아올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주고 있다.

 

 

"튜즈데이에게 인사해도 되요?"

"그럼요." 내가 대답했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더니 한동안 그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오늘 기분이 정말 최악이었거든."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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