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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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놓여 있는 표지만 봐도  나를 빙그레 웃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어떤 책은  내용이 맘에 들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책 표지를 보면 생각나는  그리움, 추억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책들은  또 항상 맨 앞장에 누군가의 짧은 글이 쓰여져있다. 기억날 듯 안 날듯 한  그 글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추억이고, 그것이 없더라도 기억나는 한 때의 일들이지만 가끔은 그렇게,  추억이 그 책 옆에 딱 버티고 있는 느낌에 그 쪽을 볼때마다 웃음이 지어질때가 있다.

 

이렇게  보낸 이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책들은 그 마음이 날아갈까  차마 펼쳐보지 못하는 지금도  '그냥' 묻혀진 시간속으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을 주게된다.  그러다 거기에 누군가  그 책들에 얽힌 일화나 작가, 혹은 관련된 다른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다면 어떨까 싶어지게 된다.  내 기억에 다시 더한  이야기가 그 책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만들지 않을까.

 

그렇게 이 세상 모든 책들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듯한 비블리아 고서당의 시오리코가 울 집 근처에 있었더라면 그녀를 만나러  괜히 그 서점을 왔다 갔다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낯선 이들과 수줍은 대화를 하다가도 책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터무니없이 용감해지고 씩씩해지는 시오리코가 고우라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 눈에도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이니 말이다.  거기에 그녀가 조곤 조곤 당신이 숨기고 싶은 이야기나 전 후 사정을 몰라 궁금한 이야기들을 본듯이 줄줄이 읊어댄다면 때로는 화도 나겠지만, 그녀의 매럭에 점점 빠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책을 가운데 두고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고우라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시오리코가 만나 책을 이야기하며 우정 혹은 사랑을 조금씩 쌓아가게 된다. 수십년동안 아무도 몰랐던 고우라 할머니의 비밀부터  책들에 관한 사람과 사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책은 나에게 오기 전에 누구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생기게  한다.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비록 일본에서 유명한 책이긴 하지만 좋은 책들과 구절을 소개받게도 되고 사람과 책, 그 둘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해보며   어쩌면 무심코 혹은 무겁게 들어있는 사연들을 앉은 채로 풀어가는 시오리코 양의 추리력에 감탄하게도 된다.  서점, 특히나 오래된 서점 골목이 지니고 있는 비밀의 냄새를 제대로 그려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다음 편 역시 기대해보게된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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