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용을 보여 주는 거울 - 첫사랑을 위한 테라피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5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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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특별한 이성 친구가 없다는 말에,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가끔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곤 한다. 혹시라도 생기게 된다면 열심히 좋아해주라고, 그래야 만남이 있다면 같이 따라오게 되는 이별이 언제  찾아와도 덜 후회하게 되는 거라고 말이다. 아직은 쑥스러워 씩 웃기만 하는 아이들이지만 나중에도 '사랑' 이란 말에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싶다.

  

 가슴떨리며 시작된 사랑은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허무하게 끝나게 되고,  그런 후에는 우리 가슴에 어딘가 싸한 바람만 남겨 놓게 된다.   특히나 '이 사람만 보면 내가 왜 이러지' 라는 의구심과 함께  시작된 첫사랑은  준비하지 못한 채로 시작되서인건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서툴고 초라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할 때가 있다.

 

 "마리가 나타나면 온 세상이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 라는 그녀가 마르탱에게도 생겼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사귀고 싶다는 말을 먼저 꺼내게 된다. 그날 세상은 온통 연한 핑크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아무래도 친구로 지내는게 더 나은 것같다는 말을 다시 꺼내는 마리다.   60분만에 끝나는 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픈  마르탱은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아니 저렇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으로 괴롭기만 하다. 엄마의 죽음으로 어딘가에 정신을 놓고 사는 듯이 보이는 아빠로 인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마르탱은 아끼던 개의 죽음으로  실연이 더 힘들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는 건 역시나 부적응자 클럽 친구들뿐이다. 저주  받았다는 생각에 돌아보기도 싫은 도서관도 찾아가야하고 마리가 왜 그런 거절을 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는  친구들의 조언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르탱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마도 깊은 슬픔이라 불러야 하겠지만 ,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마리가 굉장히 호감이 가는 존재로 변신한 나쁜 용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과  그런 용을 비춰줄 수 있는 거울을 찾아야한다는  이야기는  첫 사랑을 겪을 나이쯤의 아이들에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삶과 죽음이 꼭 반대쪽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마르탱처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지 않을까 한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건간에 우리는 상처를 받게 될때가 있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를 무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받게 될 때가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수선스러움으로 상처가 잠깐 잊혀질수도 있지만,  결국 그 상처를 잘 아물게 할 수 있다는 건 자신뿐이라는  마르탱에게서 상처에서 지혜도 자랄수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나는 달라질 것이다.' 라는 마르탱의 말처럼,     추운 겨울을 보내고 핀  꽃이 더 아름다운 걸 알고 있기에  삶에서  몇 번이고 만나게 될 용 역시나 '치열하게 혹은 너무 허무하게'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가끔 그런 용을 만나 조금씩 달라지는 나도 괜찮지 않을까 해본다.  용과 나를 제대로 비춰주는 거울만  찾아놓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랑의 슬픔도 헛되지는 않다.

헛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은 이 일로부터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고,

 나는 달라질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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