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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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대의 격동기를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제일 부러운 건 자신이 내뱉는 그냥 한 (?) 소리까지 기억해줄 수 있는 친구가 생길 나이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투닥거리는 것으로만 보이던 아이들은 자기들과   잘 맞는 친구를 스스로  고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사랑이 때로는 이미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기우뚱하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또 신이 주시는 공평한 사랑과 공평한 기회는 드물수도 있다는, 자신이 어쩌면 평범한 다른 아이들에게 인기인으로 둘러싸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커다란 충격을  이겨낼 힘을 그 친구를 통해 얻게 된다.

 

 혼자선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재미없는 것도 심심하기만 할 텐데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그 모든 일은 코믹이거나 비극인 드라마가 되게된다.  낙엽이 굴러가도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이가 있기에 우리를 비추는  햇살이 더 눈부신 것이고, 실연의 아픔을 나누려 엉뚱한 짓을 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빨리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것이고, 혼자라는 울적한 생각에 돌아보면 언제나 손벌리고 기다리는 친구가 있기에  그 시간을  '그랬지!!'라는 추억으로 기억하게도 된다.

 

물론 부모인 나 역시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 봐지지 않는 세상은 가슴으로 하는 이해보다는 머리로 만들어가는 계산이 먼저일수 있기에 그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맞아서 병원에 있다는 에르완을 보러간 친구들이 말한다. 내가 먼저 공격당할만큼 더 많이 이상하다고...  친구 몸뿐 아니라 혹시나 마음에  상처가 있을까 보듬고 싶어하는 프레드,바카리,그리고 나는 서툴기에 오히려 서로에게 위로가 되준다. 서툰 말속에 더할수 없는 진심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쳐  그들을 슬프게 만든 에르완이 자기들에게만 오는 세상의 불행을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기계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 기계가 엉터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착했던 에르완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불행을 주겠다는 말에 고민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그래도 조만간 그가 예전의 에르완으로 돌아올거라 여기며 말없이 기다리기로 한다.

 

만 13이라는 위험한 나이, 그리고 엉뚱한 아이들 넷은 우리에게 같이 있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특히나  불행에 같이 힘을 나누는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는, 아이다운  그렇지만 '어른들은 몰라요.' 할 깊은 마음 씀씀이를 보이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내 지난 친구들은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누구는 없었겠는가? 세상의 불평등한 기회, 사랑, 그리고 행복을 느끼지 않은 때가 말이다. 하지만 그 때 그 때 우리는 우리 맘을  너무 잘 아는 엉뚱한 그 아이가 있어 그 시기를 잘 넘겼고 그래서 참 행복했었구나 싶다.  부적응자 클럽에 어울린다는  아이들의 106쪽이라는 짧은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아이들은 어떨까, 그리고 나는 어땠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피곤하고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질 수 가 없다. p.65 

 

살다 보면 때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 낼 때 그 기쁨은 더욱 커진다.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없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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