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 간 따로별 부족 일공일삼 21
오채 지음, 이덕화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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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엄마들 세상을 강타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글이 있었다. 초등학생이 썼다는데, 가족내에서  아빠들의 자리가 얼마나 좁아져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 아닐까  싶다. 이뻐하는 엄마, 먹을 걸 주는 냉장고, 놀아주는 강아지도 왜 있는지 알겠는데, 도대체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란 아이의 글는 분명 '푸하하'웃어버려야 하는데, 뒤에 씁쓸함이 남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어색해지는 관계를 고쳐보라는 엄마의 권유로 등산에 나선 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농구 시작한 아이에게 "태권도는 무슨 띠야?" 나  6살 개나리반에서 7살 진달래반으로 올라간 아이에게  "개나리반에서 누구랑 제일 친해?" 라고 물었다가 더 어색한 순간을 맞이해 아빠가 진땀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한 일들을 정작 아빠가 모른다 했을때 서운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하고 묻게 됐다. 그 후가 더 궁금한 이들 부자는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어주고 아빠가 업고 산을 내려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겨우 친해지는 실마리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휴일마다 등산을 가며 많이 친해졌다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선 역시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최고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자꾸 만지고 눈빛도 교환하며 이야기를 해가야 짝꿍 이름도, 제일 친한 친구의 이름도 알게 되면서 아이의 세상을 살짝이나마 볼 수 있게 되기때문이다. 보통  과묵함이 아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들에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이 어려울 수  있겠다 싶지만 둘만 남았다고 어색해 하는 준이 아빠와 준이의 모습을 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고치게 되지않을까 싶다.

 

생일 케이크 촛불을 보며  혼자 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에게  아빠와 아들 준이는 당황하게 되고, 울며 겨자먹기로 무인도로 떠나는 3박 4일 캠프에 참여하게된다. '할 수 없이... 엄마와 가족의 평화를 지키려는 최대한의 노력'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된 두 사람은 붕어빵 부자로 보이는 그림과는 달리 너무 불편한 시간을 갖게된다.  하나 남은 감자를 순식간에 먹어버리는 불안한 출발을 하는 아빠였기에 같이 시간을 보내야하는 3박 4일이 준이에게는 무지 길겠다 싶지만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뛰어든 아빠이기에 '역시 아빠구나!!' 하는 준이에 대한 속내를 알게도 된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일을 같이 해가며 아이는 몰랐던 아빠의 마음도 알게되고, 아빠는 아들이 어느새 훌쩍 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방때문에 가장 기뻤던 일,고마웠던 순간, 미안했던 일을 고백하라는 미션을 통해 서로간의 오해를 풀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혹시라도 아이들과 어색함이 있다면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일 보는 우리, 일상을 늘 함께하는 우리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서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뭐 했는지, 공부가 어땠는지 등으로 이야기의 주제가 한정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아빠나 엄마, 아이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건  역시 가족이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일것이다.

   

 아이들에게 엄한 엄마보다도 많은 시간과 애정을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알겠지!' 싶어 말을 아끼는 우리집 아빠와 이 세상의 입 무거운 아버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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