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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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는 길에 만나는 건 가벼워진 나일것이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나, 그리고 주변 이들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잘 모르는 일에도 금방 포기가 되는....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앞에 굳이 멋있는 내가 되지않아도 괜찮고,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당황스럽지만 멋진 추억을 주기에 어쩌다 가는 여행은 우리에게 짧지만 '내가 되고픈  내' 가 되는 시간을 주곤 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소원을 빈다는 게이스케가 우연히 옛 애인과 만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 18개의 이야기는 요시다 슈이치가 단편과 에세이를 섞어 마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가 싶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우연히 만난 후배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그의 아내가 예전 그의 첫사랑이였음 한다는 공감이 가는 이야기나 (누군지도 생각이 안 나면서 예전 그 사람이려니... 하는 우리의 주책이기도 하다.) 친구와 떠난 여행에서 갑자기 헤어지게 되어 돈이 필요해진 나오토가 낯선 뉴욕에서 우연히 새 친구를 사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에서는  나오토를 버리고 간 우에미야가  그리 즐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는 대목에서  '나도 쌤통'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기내에서 만난 아이와 뽀로퉁한 남자의 얼굴에서 밉상스런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엄마의 이야기에선 나 역시도 그럴까 싶어지기도 하고, 이 하늘과 같은 색으로 웃는 사람을 '드디어 찾았다' 싶다는 나오야의 이야기에서는 좋겠다 싶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오슬로를 좋아한다는 오시다가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꺼낼때면 나 역시 뭔가 다른 분위기를 기대하고 간 곳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아 오히려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짧은 이야기지만 이야기 옆에 나오는 그림처럼 파스텔 색이 입혀진다고나 할까.... 기분을 가볍게 ,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불안하면서도 새로운,  여행이 가지고 있는 떠나고 싶게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들에 ' 나도'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에게 몸이 마비될 정도로 뜨거움을 준 타이베이의 온천, 매콩강의 자매들 등, 그가 말하는 곳곳을 타이완에서  약간은 쓸쓸하게 헤어진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이처럼 아마 내가 찾아간다면 그의 그 기분을 이해하게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이야기... 역시나 여행은 내가 떠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다녀와서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좋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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