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이들이 온다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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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기수가 뭐예요?" 

 

전기수... 어디서 들어본듯도 그렇지않은 듯도 한 '전기수' 수한의 이야기가 우리를 조선어학회와 무성 영화, 그리고 변사의 세계로 끌고간다. 돈 받고 이야기를  읽어주는 아이 '수한'은  밥보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듣기위해 모인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로 눈물, 콧물을 쏙 빼기에 ' 그 스승 도출의 그 제자' 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이야기를 맛깔나게 끌고 가는  신통한 재주를 가진 아이이다. 전기수라는 책 읽어주는 직업이 '딱'인 아이라는데,  어떤 솜씨일까? 수한이의 앳된 모습에 한소리 하던 사람들이 그가 끌고가는 이야기에 눈물과 웃음으로 '그래서 그 다음은,,,' 하며 궁금해하는 모습이 그려질만큼 대단한 솜씨를 가진 수한이지만  달라진 시대라며, 책 읽어주는  소리보다는 변사가 들려주는 무성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가는 사람들때문에 고민이다.

  

 

나나 울 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왜일까를 생각해보게된다. 자꾸만 수한에게 심청이가 잔치벌이는 대목만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장생처럼 듣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다거나 대부분 이야기의 끝을 맺는,  좋은 이들이 결국은 행복해진다는  우리의 바램과 희망이 담긴 마음때문이였을 것이다 싶다. 이렇게 이야기가 주는 막강한 인기를 안았던  전기수에서 변사로의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스승 도출과 이미 유명 변사가 된  최 한기가 버리지 못한 '최고'라는 재능에 대한 질투, 도출의 제자인 동진과 수한 역시 그러한  재능과 욕심으로 보이는 갈등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가 가진 곳에서 변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우리 말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일제의 음모라는 여러 이야기가 어울어져 전기수라는 낯선 직업이 어느 새 우리를 그 시대, 아마 영화도 사람도 흑백임에 틀림없었을 시대와 이야기의 힘이라는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끌고간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그 다음은요?' 하는 궁금증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들며 그 꿈을 꾸던 아이들, 그 마음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 직업으로 명성을 얻고자하는 이들은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가진 비밀을 예전 소년들이 가졌던 꿈, 야망, 그리고 순수를 통해 우리 눈으로 보게된다.

 

재주가 최고라고 믿는 이들 사이에서  끝까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되는 이야기' 를 해야 하는 것이 진짜 전기수라는 고집을 꺽지않던 스승 도출의 뜻을 알게 된 제자 수한, 그들이 만들어가는 믿음과 떠밀리는 혼란에서 우리가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이야기가 가진 진실이라는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마다 제격인 품이 있듯이 사람도 그런 게야."

"아, 옷차림에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사람은 오래 살아야 한다니까요."

장생이 제 말실수를 알아채고 입을 비트는 시늉을 했다.

"오래 살아야가 아니고 배워야 한다고 하는 거야."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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