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시계 - 개정판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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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부부들이 이렇게 살아간다고 털어놓는  TV 속 이야기가 내 사는 이야기랑 별반 차이없는데도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  이젠 나도 당당히 아줌마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구나 싶어진다. 그 사람이 그럴때, 난 이렇게~~ 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임에 분명한데 조금씩 핏대를 올리는 부부들의 공방전이 가열될수록, 나 역시 우리 부부는 그럴때 어땠더라 ..하며 그동안 내 머릿속 어딘가 묵혀 두고 발효시키고 있는 기억을 하나씩 뒤집어내기 때문이다.

  

남편들이 제일 두려운게  "십년 전 당신이 일요일인 그 때 그렇게 말했을 때... 내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하면서 안 된다고 했는데..."  하는 상황 재연부터  "어제도 말이야." 하고 현재까지 부부의 역사 속 잘 잘못을 아내가 시작하는 순간이라던데(본인은 잊고 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내야 하므로),    친구 남편이였던 맥스 장례식에 가기위해 자동차를 정비공장에서 찾아오는 순간부터  삐그덕 대는 매기와 아이러 부부의 하루를 통해, 그 수많은 세월을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도 얼마나  다르게 보고, 느끼고  있었는지 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몇년 후 울 아이들이 어느 정도 더 크면 느끼게 될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매기를 통해 느끼게 된다.

 

이들 부부의 하루는  그들 부부 28년동안의 역사가 다 나오는 날이기도 하다. 너무 넓은 오지랖을 가진 매기는  아이러와 사는 내내  그가 가지고 있는 냉정함, 거기에서 나오는 침착함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얼렁뚱땅 실수 투성이 인생이 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냉정한 줄 알았던 아이러는 자신이 낭비했다  느끼는 젊은 날에  대한 후회, 지나쳐보이는 아내 매기의 남의 인생 끼어들기의 결과에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불만, 비난, 원망이란 감정들을  쏟아내다가도  남들이 뭐라 할것같은 분위기에서는 상대편의 마음을 감싸주거나 배려하는 모습으로 긴 세월 살아가는 부부의 진정한 면을 보게된다. 어쩌면 뜨거운 형제애나 가족애란 이런것인지도 모르겠다. 다 알아 재미없고 그가 뭐라 할지 알아 조마조마하다가도 그래도  편이 되주는 그 사람이 있다는 안도, 그리고 투닥투닥하며  쌓아 온 기억들이 오히려 상대를 믿게하는 기반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또다시 시작된 매기의 주책으로 만나게 된 아들 제시와 전 며느리 피오나, 그리고 노인 오티스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부부란 어떤 것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살면서도 터무니없이 상대를 모르거나 단지 자존심때문에,그리고 사소한 몇 마디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두고 두고 줄 수도 있는 게 부부라는 걸, 그리고 너무 다르지만 한 숨 참아주고, 내쉬면서 익숙해지고 닮아가는게 부부라는 걸 나중에 나오는 매기를 닮아있는 아이러의 주책을 통해서도 알게된다.

 

흥얼거리는 노랫마디로 남편 아이러의 기분을 알아맞출만한 내공의 소유자이면서도 타고난 남의 인생 걱정하기, 거기에 지나친 참견까지 하느라 아이러에게서 "오,제발~"이라는 감탄사만 뽑아내는 매기, 그들은 중년 부부의 일상 또한 젊은 부부의 일상처럼 격렬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 과정을 넘어가는지  보여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부부란 어떤 건지를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와  같이 오래 지내고 싶다면~~  참을 수 없는 그 순간만큼은 잠깐 넘어가길, 그렇지만 나중에는 꼭 그것에 대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시간을 가져야 하고  부부가 되려면 그런 많은 일들을 함께 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혼자일때는  몰랐던,  같이 나누는 일상의 평화로운 공유가 어디서 오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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