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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주임교수 - 가혹한 스승과 제자의 길고도 치열한 싸움
김명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얼마전에 골든 타임이라는 의학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로 고민을 하는 그야말로 '진짜 의사'들의 멋진 모습에 마음을 쏙 빼앗기며 환자를 우선으로 하는 저런 의사가 있다면... 이란 생각을 했었다. 의사선생님들은 다 슈바이처에 날개를 숨겨 둔 천사인줄 알았던 적도 있었는데, 한밤중 응급실이라는 위급상황에 만난 레지던트의 떨리는 주사 바늘과 불안한 눈빛이 가뜩이나 불안한 나의 밤을 더 불안하게 만든 후에는 의사 역시 인간이 가지는 힘든 직업의 일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치료한다는 커다란 일을 하기 위한 의학도들의 무지 막지한 공부량은 어떠한지 궁금한 우리에게 현재 의대 외래교수이신 저자의 경력때문일까, 보다 리얼하게 의대생들의 생활을 '해부학 주임교수'에서 볼 수 있다. 의사로서의 신념보다는 부모님이나 주변이들의 기대를 안고 의대라는 곳에 들어 온 이들이 의사에게도 역시나 제일 중요한 건 인성이라는 걸 가르치고 싶어하는, 하지만 지나친 열정과 갑갑하다 싶게 원칙을 고수하는 황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겪게되는 대혼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중에서도 억울하다 싶은 일들로 진짜 독하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동찬을 통해 의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가 하는 일들을 통해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란 말이 붙게 되는 거구나 하는 걸 알게된다.
흰 가운의 의사라는 멋진 모습과는 다르게 주먹으로, 욕설로 학생들의 군기를 잡는 교수라던가 실습시간에 끔찍한 모습의 카데바를 시간안에 맨손으로 건져야 하거나 그 냄새에 눈물, 콧물 쏟는 학생들, 학습 도구로만 여긴 뼈에 대한 장난으로 진짜 유급, 혹은 퇴학을 당할 만한 큰 일이 되게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황 교수의 본심이 무엇인지, 특히나 황 교수에 의해 받게 된 엄청난 고난으로 인생의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한 동찬이 죽음까지 갈 정도의 방황을 겪는다던지 하는 이야기에서 진짜 싫다고 생각했던 선생님들이 오히려 두고 두고 생각나더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제자들에게 바랬던 것은 오직 하나였던 황 교수님의 뜻은 너무 늦은 후에야 드러나게 되었지만 깊은 뜻을 알게 된, 한 동찬 역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베풀고 그렇게 스승의 사랑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소설이래도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던 이들의 시간과 열정을 생각해 대기 시간이 긴 병원 예약도 좀 덜 투덜거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황 교수님 제자같은 " 진짜 의사 선생님" 을 많이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싶다.
위협하는 의사, 웃지 않는 의사는
실력 없음을 포즈로 감추는 무능한 의사다
- 야마다 유키히코(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