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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8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이사를 와서 그런지 '이사 가는 날'은 울 가족 모두에게 싫었던 그 날이 생각나게 합니다. 더 어렸을 적에는 몰랐던 벗의 소중함, 자신 둥지만의 안락함을 알아버린 아이들과 그 벗들 가족과의 오랜 시간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하는 우리들 모두 저마다 슬픈 감정에 빠져 우울한 며칠이 계속 되었던 기억이 나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감정을 다 잊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답니다.
어느 정도는 잊었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그 거리, 그 집앞이었는데 얼마전 가보고 금세 낯설어진 내 집앞이라 기분이 이상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아이들 모두 여기가 이랬나~~ 싶고 친구들과 아직도 친하지만 그 때 그 기억, 그 기분은 아닌듯해 묘한 느낌을 가진 듯 보이더라구요.
얼마전 라디오에서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보다 더 깊은 슬픔을 안고 사는 이들이 재개발이라는 이유로 자기 고향이 물속에 잠기거나 새 건물로 싹 사라진 이들이라는 설명을 듣고 아이와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사 가는 날' 역시 재개발로 이사를 가야하는 아이의 눈에 비친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쓸쓸한 거리에 살던 아이가 이제 다 놓고 가야하는 자신의 마을을 돌아보는 이야기에, '이사의 쓸쓸함'을 기억하는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마음을 조금은 볼 수 있어 좋았다고나 할까요. 북쪽이라는 갈 수 없는 곳이 더 슬플것같지만, 갈 수는 있어도 예전 추억을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곳이 더 슬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이도 조금은 이해하는 듯 보이더라구요.
아마도 아이가 다음에 이사오는 친구를 만난다면 그 기분을 이해하기에 더 잘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개발이라는 이름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되지않았을까 싶습니다. '뭐든지 좋아보이는게 좋은 것이다.' 라는 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누구나 소중한 추억을 계속 지니고 싶어한다는걸 알게 되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