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칫솔에 머리카락 끼웠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2
제리 스피넬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게 놀 나이였을때, 제일 부러운 건 우리 윗층 아이의 자전거타기 실력이였다. 세발 자전거 뒤에 자신보다 두 세살은  어려보이는 여동생을 태우고 쌩~~하고 놀이터를 돌아주던 아이의 모습은 너무도 흐뭇했기에 세발 자전거 탈 나이만 되면 울 집 아이도 그런 오빠가 되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오빠가 그렇게 살갑게 누이를 대하는 건 두 집 걸러, 한 집에만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되었고, 그 한 집에 우리집이 안 들어간다는 사실은 당연히 나를 무지 실망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이들면 사이좋은 오누이가 되겠지 라는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하고, 그리 크게 싸우지않으니 그게 어디야 하는 생각이였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이들의 논리력 또한 좋아져    상대방에 대한 서로의 비난이  청문회 수준이 되고부터는 국회안에서 벌어지는 열띤 현장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된다  . 매사가 서로의 논쟁거리가 되고 보니 언제나  제일 괴로운 건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 부모들이다.  나 역시 그럴때는   화제를 엉뚱하게  돌리거나 잘 모르는 일인양 얼렁뚱땅 하는게 이제 불 붙기 시작한 전쟁을 조용히 사라지게 하는 제일 빠른 방법이란 생각이기에 비슷한 그레그 아빠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로를 '왕재수', '왕수다쟁이' 라 부르며 매일 전쟁중인 메긴과 그레그의 엄마, 아빠는 언젠간 끝나겠지 싶어 우리가 그랬듯이 잘 해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모든 일에 경쟁이 된 메긴과 그레그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아이들은 무조건 공격. 샤워 하는 동안에도  뜨거운 물과 찬 물 공격을 하거나 도넛으로 서로가 싫어할 장난을 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가 좋다고 하는 일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 우직스러움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이럴때만은 한결같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상한건 똑같이 하고 다시 분풀이를 한 듯 보이는데도,   서로가 더 당했다 생각에  다시 전의를  불태우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기만 하던 싸움이  한참 사춘기인 오빠 그레그의 짝사랑에 대한 놀림과  메긴이 좋아하는 하키 스틱이 사라지면서는   온 가족이 이 활활  타오르는 전쟁에 함께 하게된다.

 

아마 우리 가족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게  비슷한 부분이 순간 순간 보이게된다. 그래도 어떨 때는 엄마보다 오빠의 비밀을 먼저 알게 되는 여동생, 역시 여동생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알리는  오빠가 될 때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걸까.  똘똘 뭉쳐 한 팀으로 같은 편에서 날 공격하고 서로를 보호해주다가도 순식간에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는 야수들로 변하는 녀석들이, 이 책에서  사소한 일로  흥분하고 서로를 화내게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언제나 곁에 있고  자신을 다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내는 동생이나 오빠,언니,형에게는   자신들이  싸움걸때의 너무한 모습을 발견하거나 중간에 있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볼 시간을,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참 변해가고 강해 보이는 아이들이 아직도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나이쯤되는 오빠가 할지도 모르는 그레그에게 시작되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 그리고 아직은  운동이나 친구가 더 좋은 둘째같은 동생 메긴의 재미와 가슴 아픈 이야기,  그들의 싸움과 성장 이야기가 지금 그 나이 아이들 모습을 보고 써 간듯하기에,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커다란 사건으로  가족과 당분간의(?) 평화를 찾은 그들에게서   울 아이들도  당분간은 평화 협상을 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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