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불야성 시리즈 1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숨차게 한 인간의 뒤를 쫓아가게된다. 

삼합회,대만 류망,야쿠자, 마피아 등 무서운 이름들이 줄지어  목숨을 걸고 사방 팔방에서 덤벼드는 가부기초 거리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남자 류젠이는 대만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라는 반반이라는 피 덕분에 이쪽에도 저쪽에도 갈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런 그에게 사고를 치고 도망갔던 한 때 친구 우푸춘이 돌아오면서 그의 목숨이 더 간당거리게 된다.

 

'영웅 본색'의 주윤발이래도 이 가운데서 살아날 수 있었을까 싶게, 그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모두들 어느 한 순간 마음 놓지 못하게 한다. 거기에 나 이외의 인간은 모두 타인이라는 그에게 자신의 눈빛과 같은, 내 것을 빼앗으러 오는 인간은 어떻게든 없애버리겠다는 여인 샤오롄이 등장하면서 단칼에 모든 걸 정리하고 배신하기에 살아남았던 류젠이가 흔들리게 된다. '그녀와는 여기까지'라는  차가운 머리와는 다른 마음의 결정이 반복되게 되면서,  드디어...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그가 변하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가  그토록이나 지키고 싶어했던 자신의 자리, 그리고 목숨을 잃게 하는 일의 작은 구멍은 이 여인으로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승자가 되든 그건 언제고 다시 일어날 이 거리의 지나가는 오늘의 피바람일뿐이지만, 어쨌든 그 바람에 지금 휩쓸리지 않기위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 특히나 자신이 아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류젠이는 '설마, 이 사람은 배신하지 않겠지.' 하는 우리의 작은 바램까지 당연하게 부셔가며 모든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땡겼다 놓았다 하는 비열한 모습을 보이게된다. 그 앞에는 누구도 자신 앞 날을 위한 보험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스에겐 충성을, 여자에겐 사랑을, 가족과 친구에겐 의리를 보이는 뒷골목 신사는 이 곳엔 나타나지않는다. 그 중에서도 목숨빼고 모든 걸 당연히 걸었던 제일 비열한 남자가 '내가 아는 인물중에서도 최악의 거짓말쟁이다.'라면서도 하필이면 그런 여자에게 필요한 인간이고 싶어한다.  둘 중의 누군가는 살기위해  언제고 서로를 배신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니라는 그의 절절한 독백은 금새 무너질 걸 알기에, 살인,강간,폭력,동성애라는 끔찍함에도  주저하지 않는 잔인함을 보이는 그의 뒤에 누가 먼저 서 있을지 같이 '흠칫'놀라게 된다.

 

과연 류젠이는 자신이 벌려놓은 죽음의 판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까? 뒷골목에서 배신의 아이콘이 되버린 류젠이와 샤오롄의 사랑은 이어질수 있을까? 

 

 영웅없는 영웅 본색, 적나라하다는 생각이 들만큼의 뒷골목 묘사, 그리고 외로운 한 남자. 80년대의 거친 홍콩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였는데, 이 이야기가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이야기가 벌써 영화로 나왔는데  나는 몰랐다는 점 또한 놀라게된다. 쫓고 쫓기는 머리싸움, 몸싸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다음은 어떤 전개를 해갈지 궁금해지게된다.

 

"한 방울의 물을 마실 수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소중한 인간일지라도 배신하고 마는 인물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내 가슴을 통렬히 후벼 팠다. 하지만 내 가슴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는다. 바싹 마른 모래만 흘러나온다."- p.457

 

"가슴속 동굴은 한없이 넓어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나는 알았다. 내가 뭘 했고 뭘 하지 않았는지. p.537

"총알이 한 발밖에 없었는지 몰랐단 말이야!  그러니까 너한테 그 총을 준 거야." p.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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