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시간이 참 빠르다.!!"

 

다른 곳에 있다 울 집 근처로 이사 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서로 얼마만이지.. 각자에게  있었던 일, 친구와 함께 했던 과거의 일들을 그랬지,  그 때는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몰라.. 등등의 이야기를 요란스레 해가며  그 동안의 시간을 계산해 본 적이 있었다. 아직도 생생한 그 일은 어제 그 일같고 손에 잡힐 듯한데 벌써 우리 사이에는 강산이 훌쩍 변한다는 시간보다도 더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게 놀랍다는 이야기가 당연스레 나왔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내가 지금에 와 있다는게 새삼스러운 적이 있었다면 엑또르씨의 시간 여행에 같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거나 혹은 너무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고민으로 정신과 의사 엑또르씨를 만나게 되는 환자들 역시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란 테두리에 맞춰 같이 시계를 돌리다보니 막상 내 시간이 없어진듯한 느낌으로 고민하는 사빈은 '가족이 생겨 바쁘게 움직이는' 나같기도 하고,  시간을 개의 수명으로 계산해   우리의 수명을 짧게 만들어버리는  페르낭의  버릇은  남은 시간 생각하기를  떨떠름하게 여기는 '어느 새 나이든' 나 같기도 하고,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꼬마 엑또르는 ' 무조건 어른이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하는 위베르는 '과거를 아름답게만 여기는' 또 다른 나를 생각하게 한다.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에 관계된 저마다의 고민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위해, 그리고 자신 또한 느꼈던 고민을 풀기위해  엑또르씨는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거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현명한 이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엑또르씨가 깨달아 수첩에 적어가는 중요한 이야기에서 우리 또한 시간이 그동안 우리에게 줬던 고민을 풀어가는 시간이 되어준다.  엑또르씨가 시간에 대해 생각하면서 꾸게 된, 흘러가는 시간과 싸우는 것이라는 움직이는 기차에 관한 꿈, 그리고 마지막 종착역을 생각하다  남게되는 슬픔에 대해 노스님은 삶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후라 하셨는데  아마 나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하나씩 찾아든  이들에게서 나 역시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시간이 나에게 준 고마운 일들을 알게된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의 빠른 움직임 중에서  지금 나의 시간과 맞물려  어울려 준 이들과의 소중한 시간과 기억들, 내 시간 수직선 위에서 같이 과거가 되어주고, 지금 현재를 같이 해주는 이들과의 소중한 만남, 그리고 그들과 같이 할 앞으로가, 잡을 수도 확실하지도 않지만 갑자기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금 이 순간이 영원이 되는 거라고.' 란 엑또르씨의 마음을 나 역시 조금은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철학책을 읽을 때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너나 할것없이 철학자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 했던가~~ 나 역시 마음 편한 개똥 철학자가 잠깐 되어 본다.
 
 
"충만했던 삶이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살다보며 자신의 삶을 자신도 모르게 채울 수는 있지. 중요한 건 어느 순간에 잘 채우느냐는 거야. 아니, 중요한 건 어느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 P.222
 
"시간이 음악 같다고요?"
...
"맞습니다. 각각의 음은 오직 그 이전과 이후에 다른 음이 있을때만 의미를 갖지요. 하나의 음은 계속해서 과거에 속하는 현재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음악은 존재합니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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