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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바에 있다 ㅣ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사건과 탐정, 우리는 사건이 일어나면 나타나는 탐정으로 왠지 중절모, 긴 코트, 그리고 고뇌에 찬 얼굴을 생각하게된다. 물론 그 얼굴은 주름도 약간 있어야한다. 그런 우리에게 언제나 잘 들리는 바 몇군데에 전화하면 찾을 수 있다는, 탐정도 아니고 심부름센터도 아니라는 묵직한 몸집의 사내가 등장하게 된다. 죽어도 자신의 옷은 필름 느와르의 갱같은 거라고 아무도 인정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이젠 늙은 스물 여덟이라며 간을 걱정하는 엉뚱한 그를 찾으러 켈러라는 바에 찾아온 대학 후배 하라다는, 여자친구 레이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게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사건이야기는 레이코가 사라진 방에서 찾아낸 단서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녀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시작되게 된다. 남자친구도 몰랐던 그녀의 통장, 접어놓은 신문 속 사건을 따라서 순진하다 못해 어이없어 보이는 하라다가 한심하다면서도, 걱정할거리를 쏙 빼놓고 챙겨주는 의외의 살뜰함부터 사건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꿍시렁거리는 그의 속마음이나 그래도 자신은 야쿠자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자부심에 찬 그의 독백이 결국은 우리를 빙그레 웃게 만들게된다.
레이코의 엄마와 전화를 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거짓말을 못해 쩔쩔맨다던가 기리하라라는 야쿠자에게서 위험해보이는 그의 미소를 보고 "아픈 짓을 당해봤자 아플 뿐이다. 상처 입어봤자 상처 입을 뿐이다...." 라고 정면대결할 것 같다가도 기리하라의 움직임에 따라 움찔하는 그에게서 우리와 같은 비슷함, 그렇지만 자신이 지키고픈 것은 끝까지 지켜주려는 고집스런 남자의 고독 또한 보게된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아픔을 간직한 채로, 이 세상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욕심낼 것도 없어보이는 포스로 술과 친구로 살아가는 그지만 이번 사건 진행중에 계속 등장하는 먼로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다음 사건에서는 .. 하는 기대를 갖게한다.
시리즈의 처음이라서인지 모든 일의 중심에 서있는 그를 보느라 사건은 뒤로 돌아간 듯 보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점 익숙해지는 그의 끈기에 놀라게 된다. 주인공 나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는 열두 권이 있다고 하는데, 배경이 1983년대라는 걸 알 수 있는 건 요즘 나오지 않는 티비 프로그램 이름이나 거리의 모습, 그리고 요즘 탐정과는 달리 몸으로 부딪쳐 일을 처리하는 그의 고독한 모습때문이 아닐까 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을것 같다가도 금세 뒤를 돌아보는 장난기, 그러면서도 아직 어린 깡패들에게 보여주는 그의 안쓰러움과 막말에 대한 후회, 그러면서도 '이제 이 세상에 난 혼자야' 라는 초연함을 가진 '생각보다 착한 탐정'의 다음 사건 멋진 해결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