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사기꾼 - 높은 지능과 낮은 도덕성을 가진 얄미운 그들의 속마음
스텐 티 키틀 & 크리스티안 제렌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 할머니께  사기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돌 때쯤이었다. 들을 땐  '또 그런일이.' 하던 남의 이야기가,  모처럼 서울 나들이 가신 할아버지께서 당하셨다는 말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가 되어 온 가족이 열을 내게 된  적이 있었다.  당신 아들이 지금 마중 나오려다 교통사고 당했으니 입원 수속하게  얼마라도 당장 달라는 낯선 이의 말에 정신없이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주셨단다.  비슷한 뉴스  보시고 세상 조심하라고 누누이 말씀 하시던 할아버지셨는데, 정작 자신이 당하시게 되자 한동안 상심하신 적이 있었다. 어디 사기칠때가 없어서 할아버지를,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도   무조건 돈을 건네시다니 싶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나라서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당하지 않았을 땐 '눈 뜨면 코 베가는 세상인데 조심하지 않고서...' 하던 일이 내가 당할 때 보니 눈깜짝할 사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차리기도 전에 벌써 일어났다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처럼  순간, 그리고 휙 사라지는 게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높은 지능과 낮은 도덕성을 가진 얄미운 그들, "이웃집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수십년 세월이 있기도 하기에 더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돈 없이 돈을 굴리는 사람들, 면허없이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의사가 되어 약을 주거나 심지어는 수술까지 하는 이들,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하던 것처럼  거짓 자격 가진 이들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이미 역사속에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일들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우리가 오늘 가야하는 병원에서 만나게 될 인물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옆집 사람을,  국가의 정의를 위해 울부짖는 피끓는 그 사람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바꿀 신기술의 계획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를... 말하는 대로 믿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이란 생각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사기의 천재라 불리는 버나드 매도프부터 시작된  자신의 돈을 맡기면서도 어디에 투자할지 물어보지 못했던 사람들, 국제문제 특임 자문위원이라는 남자를 사랑했다가 곤경에 처한 여인, 보덴펠데의 사악한 과부, 자신이 아프게 해놓고 진짜  아프다고 믿는  뮌히하우젠 환자들, 수소폭탄의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를 비밀이라고  널리 알린 리히터 등  앞 뒤가 너무 잘 들어맞아 본인이 말해놓고도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사기꾼 증후군', '자아도취성 인성장애' 등의 병명으로 이해되는, 진단하는 것이 직업인 의사들도 '저 사람도 그건 잘 모르는구나.' 하며 넘어가게 만든 자신만만한 이들은    그에 합당하거나 아주 못 미치는 벌이지만  결국은 그들이 꿈꾸던 화려한 위치에서 뚝 떨어진 비참한 최후 모습으로 끝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커다란 일을 벌여야만 사기꾼일까.  자기 소개란에 조금 더 분명한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거나   누군가에게 소개받을때도 뭔가 신비로움을 간직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싶기에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는 우리 역시 사기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자신도 모를 그 '뭔가'를 가진 사람이고 싶어하는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보이는 바쁜 척한다거나   금방까지 일한 것처럼, 혹은  금방이라도 다시 들어올 것처럼 해 놓은 책상 모습으로 만든 연출, 그 정도 쯤이야 싶었던 일들이 "직장에서 잘 나가는 것과 뻥" 편에 '능력자로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에 들어있는 걸 보면  '거짓말 없이는 호모 사피엔스도 없다?' 라는 질문의 답은  당연히 예가 아닐까 싶다.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모가 자기 생각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또 그 사실은 자신이 독자적 인격체임을 증명해준다." - p. 97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시작된 순간의 거짓말과 행동은 누군가를 잠깐 안도하게도, 행복하게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누군가가 불행해진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언제고 돌아 올  날카로운 부메랑이 될 꺼라는 이야기로 가끔  부자 삼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당신이라면, 당신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욕망과 살아 있는 거짓말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우선 당신 마음을 들여다 보세요.'라  말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라는 그들의 말, 어쩌면 그들도 모르는 진심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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