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 이정 장편소설
이정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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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나 좀 구해줘. 제발 구해달라구.'

그를 구해야 할 의무가 누군가에게 있다면 그것은 응당 내 몫이다.(p.14)

  

편집국장실에서 나누는 이야기 도중에 듣게 된, 북한에서 탈출 해 이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황 철호 참사 이야기에 가슴이 흔들리는 이 인철이라는 남자는 13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이 얼마나 그의 소식을 기다려왔는지를 알게 된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13년전으로  돌아가,  황 철호, 정 연화라는 가슴속에 묻어 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그에게서 '남과 북' 이라는 가깝고도 먼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남북한 회담 취재차 만나게 되었지만 은밀한 부탁을 하는 북쪽 황 철호에 의해 남쪽 이 인철 기자와의  만남이 이어지게 되고, 거기에   북한에서 탈출한 정 연화라는 여자와 계속되는 인연, 그리고 그들이 하는 위험한 거래에 냄새를 맡기 시작하는 북쪽이라는 이야기가 실제  탈북자들의 죽음을 각오한 탈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넘어오기는 했지만  누군가의 밀고로, 혹은 공안의 수색에 의해 숨어 살아야하는   이들의 현실과 함께  보여지고 있다. 이제껏 보았던 이야기였다면 북한에서 탈출한 이들을 잡기위해 나선 이가 사실은  황 철호였더라.. 라는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겠지만 그는 오히려 북한의 사회주의를 지키고 싶어하는 정의롭고 순박한 사람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을 드나드는 남한 기자와 힘을 가진 위치에서 이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북쪽 남자의 은밀한 거래는 점점 위험해지게된다. 그림에서 시작된 밀매는 글씨, 그리고 금관이라는 문화재로 넘어가며 교환되는 돈을 노리는 사람들까지 생기게 되지만, 한 눈에 비슷한 자신들의 성격을 알아 보고 의형제를 맺은 그들은 짧은 만남이라는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믿음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을 드나들며 취재한 기자 시절을 보낸 저자 '이 정'님의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급박한 상황보다는 이 인철 기자를 중심으로 글 속에 있는 인물들의 아픔이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의 남북을 다루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자신이 그동안 눈으로 지켜보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사회주의를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무너진 조국의 현실에 슬퍼하는 남자, 기자라는 약삭빠른 느낌과는 다르게  자꾸 생기는 탈북자나 위험에 빠진 의형제의 위험에 같이 모험을 해주는 남자, 자신있게 사랑을 말하지 못하는 여자라는 남과 북이라는 분단이 있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위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남에 사는 사람도, 북에 사는 사람도 다 가족을 그리워하고, 돌봐야 하는 사람들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같은 사람들이라는 건 아니였을까 싶다. 사실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분단 국가에 살고 있기에  겪게 되는 아픔이 아슬 아슬한 순간을 보내야 하는 사실과 합쳐져 있기에, 그리고 저자 '이 정'이  기자로 남과 북을 바라보며 보낸 15년이라는 세월이 있음에도 아직 변한게 없기에 아픈 여운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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