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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드라마에 열광하는 우리들( 물론 아니시라면 말고...)은 아마도 드라마가 보여주는 세상의 갖은 유혹에 넘어가거나, 이를 악물고 넘어가지 않는 주인공들의 제각각인 이야기에 '나였다면...'이라는 대입으로 흥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육신, 생육신을 배우던 까까마득한 예전에는, '성 삼문의 낙락장송'이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마음이라 생각한 나였기에 일생을 그리 살고 싶고, 아마 그리 살지않을까 싶었지만.. 어느 날부턴가는 뉴스에서 들리는 돈가방을 찾아 준 정직한 한 시민의 이야기나 사과 박스로 뇌물을 받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자꾸 내 마음을(아직까지는 연하의 실장님보다는 돈가방이 더 매력적인가 보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으로 흔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이어지는 상상으로 끌고가는 걸 보면 어떤 유혹에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예전처럼 꼿꼿한 나의 상상속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고, 심지어는 내가 욕하던 인물과 손잡고 있지는 않을까 싶다.
이렇게 흔들리는 나를 인정하기에 더글라스 케네디가 보여주는 세상의 '유혹'은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생활마저 어려운 작가에서 누구나 알만한 작가가 되어가는 데이비드 아미티지에게 유혹은 '성공'이라는 달콤함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대본이 팔리더니 점점 계약금액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통에 정신이 없게 된 그에게 따라오는 돈,여자, 진실과 거짓 등 종류를 바꿔가며 찾아오는 유혹은 그를 점점 나와 너, 그리고 삶의 이면,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불안속에서도 갑작스레 만나게 된 필이 통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따라오는 세상의 흐름이라며 받아들이는 그는 우연히 억만장자인 필립 플렉이라는 괴짜 부부를 소개받게 되면서 이제는 괴로움으로 세상끝에 선 자로써 여러가지 유혹을 느끼게 된다.
헐리우드에서도 유명할 더글라스 케네디, 본인이 바라본 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명해진 작가의 달라지는 위상, 그리고 그것이 언제 끝날지 몰라 두려워하는 모습, 그리고 작가라면 너무도 치명적인 표절로 인해 친구, 사랑이라 믿었던 이들로부터 받게되는 배신이라는 다양한 순간이 순식간에 다가오기에 책 뒷장에 흔하게 써있는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깝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 이라는 문구처럼, 남아있는 페이지가 얼마 없는 데 과연 그가 우리가 원하는 통쾌한 반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 만났던 '빅 픽처'만큼의 긴장감은 아니더래도, 역시나 그의 명성답게, 갑작스런 성공에 휘청대는 앞의 뻔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면서 그의 글이 주는 매력을 새삼 느끼게된다. 이제껏 묵직하게 다루었던 사랑은 아니지만, '템테이션'은 데이비드만큼은 아니더래도 살아가면서 선택이라는 순간에 함께 다가오는 유혹의 달콤함과 어느 것을 선택해도 남을 후회의 씁쓸함, 그리고 그 모든 일에도 나를 지켜주는 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