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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 전2권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책을 만나보게되었다. 전 세계 팬을 확보한 조앤 .K. 롤링의 '캐주얼 베이컨시'는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묵직하게 만든다. '해리 포터'에서 보여준 세상이 그럴 수 없기에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하는 우리의 바램이 들어있는 이야기였다면 '캐주얼 베이컨시' 는 우리들 현실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게 하는 이야기이다.
패그포드라는 작은 마을의 실질적 선과 힘의 균형이였던 배리 페어브라더의 갑작스런 죽음은 이 마을을 조금씩 술렁이게 만든다. 작은 마을 사람들답게 소박한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 보였던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이기심'이,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배리의 의원직을 향해 움직이면서 그제서야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마음들이 배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척, 웃음을 머금은 이들이나 그와의 추억을 과하게 애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 평범해 보였던 이들을 따라가 집 안에서 보게 되는 모습은, 우리도 그럴까 싶을 정도로 권위에 가득차 있거나 혹은 너무 무책임하거나 하는 모습들로, 보고 싶지않은 인간의 뒷면을 보여주고 있다. 배리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라며, 자신 마을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각자 다른 이유지만 탐욕을 나타내는 의원직 후보자들이나 기존 의원들마저, 비워진 의원 자리를 누가 가져갈지에 대한 걱정으로 서로 편을 가르고, 견제하면서 마을이 불안하게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들이 보기에는 임시 공석이란 빈 공간이 아니라 온갖 가능성들이 혼재하는 마법사의 주머니였다.
배리가 아마도 이 마을의 덤블 도어쯤 되는 인물이 아니였을까 싶다. 패그포드 마을의 어른들과 아이들의 아픔을 달래가며 악과 선이라는 경계선에서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던, 본보기가 되주던 인물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눌려있던 사람들의 불만이 드러나며, 그가 지키고자 했던 마을의 아름다움은 서서히 그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패그포드 인물관계도"라는 인물들의 정리가 필요할만큼 많이 나오는 사람들이, 죽은 배리에 대한 각자의 생각으로 흥분해가며 숨겨두었던 그들의 모습을 조금씩만 드러내기에, 느린 진행을 보이는 1편 초반을 따라가기는 힘이 들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들의 탐욕, 그래서 달라지는 패그포드, 그 안에 살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의 상황과 어쩔수 없는 절박한 선택이라는, 도미노처럼 밀리며 찾아오게되는 점점 커지는 아픔이 우리에게도 찾아오게 된다.
특히나 가난, 폭력,거짓,사랑과 관심의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10대 아이들이, '자기 자신' 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속에 자신들끼리 나누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또래끼리의 비밀과 비틀림이라는 감정으로 삶에 자신들만의 반항을 더하기 시작하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해리포터'와는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설명에도 제일 마지막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슬픔이였나 보다. 특히나 불안 불안한 일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10대 아이들, 상처입은 그들이 택할수 밖에 없었던 일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슬픔으로, 그리고 안타까움으로 몰고가며 옳은 행동이라 믿는 신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한다. 이것이 조앤.K.롤링이라는 이름을 놓을 수 없게 하는 건지... 복잡하기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끝난 지금도 슬픔이 내 주위를 맴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