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1
배리 리가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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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감옥에 가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쓰고 보는 색안경으로 원하지않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울리거나 분노에 차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아이가, 내 아이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가 연쇄 살인마 빌리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재즈' 라면... 잘 생기고, 나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킬만한 성격과 목소리의 소유자라면... 난 그가 주는 인상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들은 정보를 믿고 그가 접근해 오는 모든 이유를  다 차단하게 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재즈의 생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지라, 그의 머릿속에  오가는 누군가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그리고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혼란스러운  그 아이, 재즈의 머릿속을 보게 되기에 아마 그 이야기는 나의 이기심의 승이 되지않았을까 싶다.

 

"로카르의 교환 법칙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어?"...

 

로카르라는 프랑스인이 말한, 사람이 어떤 물체와 접촉하게 되면 무엇이든 상호간에 이동하게 되어  사건 현장에 그에 관한 어떤 사소한 단서라도 남기게 된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제프리 디버"의 명 수사관, 아멜리아 색스나 링컨 라임이 아니다. 17살, 한창 여자 친구와 농구에 정신팔려야 할 아이, 재즈가 살인사건으로 제인 도우라는 이름을 얻은 여자를 조사하기 위해 한밤중 시체 안치소에 몰래 들어와, 덩치만 커다란 절친 하위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건네다 나온 이야기이다.

 

작은 마을을 한순간에 유명 마을로 만들어 버린 아버지 '빌리'는 세 자리수 살인이라는, 연쇄 살인마라는 이름에 걸맞을 만한 대담성과 잔인함으로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의 아들 재즈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심어놓은 악의 이야기를 매순간 그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런 자신 또한 연쇄 살인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 아버지와 같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는 재즈는 순간 순간을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은 실제로 존재한다.'라는 마법의 주문으로 이겨내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겨우 잠잠해진 이 조그만 마을에서 연쇄 살인마 빌리가 저지른 같은 수법, 같은 피해자들의 모습이라는  모방을 가장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그 사건속으로 점점 들어가게 되는 재즈는 자신만이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매순간을 차갑게,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재즈는 인간답게, 인간처럼이라는 상황과 이야기에  당황해하거나 낯설어하는 모습으로 사랑하는 여자친구 코니와 절친 하위와의 우정으로 겨우 삶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틈을  언제고 삐집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검은 그림자는 그 불안한 균형을 언제나 깰 수 있음을 보여주게되고, 아버지를 추종해 사건을 벌이는 누군가를 자신이 찾아야지만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재즈의 좌충우돌, 불안 불안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인간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존중이라는 고민을 보여주는 재즈에게서 우리 역시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 악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승리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된다. 이 겨울, 심리와 살인을 가르친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들이라는  재미로 읽기위해 잡은 책은 연민, 섬뜩함, 그리고  다음을 기다리는 매력을 보여주게  된다. 절제된 거짓과 이성으로 자기 아버지를 속여야 하는 재즈,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여유만만한 웃음을 보이는 빌리, 그들의 관계는 누가,누구를 쫓아가는 관계가 될까 싶다.

 

이 이야기는 티비 시리즈로도 나올 것이라 하는데, 기대되는 새로운 시리즈물이 되지않을까 싶다. 때로는 냉정한 덱스터처럼, 때로는 슈퍼 내추럴의 용감 무쌍하면서도 코믹한 형 딘처럼 무대포 돌진하는 재즈의 고민을 새롭게 즐길 수 있지않을까 싶다.  아버지 빌리에게서 어쩌면 아플 수 있는,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야 하는 재즈는 심리학의 대가라는 빌리를 속여 자신이 알고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시리즈의 다음 편이 기다리는 이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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