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편지 - 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신정일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

이 노래가 가끔씩 마음에서 흘러나올때가 있다. 이 때쯤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에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라도 내일 아침이면 쓸데없어지고 주책이란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적어내야 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날이면 말이다.

 

그 때마다, 내가 남자로 키워져더라면..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해보곤했다. "남자가..."란 한 마디말로 눈물이나 속마음을 시시콜콜히 이야기하는 것은 남자의 중대한 결격사유로 여겨지게 키워졌다는 게 한국의 남자들이 아니련가,  특히나 아버지들의 크고 넓은,  어디가 끝이고 처음인지를 알 수 없게시리  너무 사소한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조차도 '알거니'하면서 이야기는 커녕 뭐든지 담아두는 것이라 생각했던 마음,  그 곳에 눈물이 고였다거나  그런 적이 있었다는  사실 알리기를 극도로 꺼리는 것이 당연히 예전 양반님네 하던 시절부터 내려온 교육 아닌 교육이라는 생각을 했건만 "눈물 편지"엔 우리가 익히 알기에,  더 엄하게만 생각되었던 우리의 무뚝뚝한 아버지같은 분들이(물론 어머니자 아내인, 허 난설헌이나 심의당 김씨같은 분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은) 아이나 가족을, 혹은 스승이나 친구를 잃고 애끓는 마음을 구구절절히 꺼내놓는 글 77편은, 나에게 우선 의외란 생각부터 주게된다 .

 

죽음으로 이제는 볼래야 볼 수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 아무래도 시대에서 알아주던 뛰어나신 분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인고로, 모두다 뛰어난 문장에 대한 소질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정을 주지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이들에 대해 일일히 이야기하는 '상심'과 그로 인한 '허전하고 애잔해진'마음을 드러내고 있어,  시대가 많이 지난 지금도  어린 자식, 아내와 남편, 형제 자매,벗과 스승을 잃은 슬픔으로 나뉘어져  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이였는지의 약간의 설명과 더불어 함께 하니, 누군가를 잃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마음이 바로 내 일인양 더 와 닿게느껴진다.

 

부부간의 정 또한 거리가 있지않으련가 하는 생각과는 달리, 공부를 게을리 하는 남편 허균에게 "게으름 부리지 마십시오. 나의 부인첩이 늦어집니다."라 농을 했다는 김씨 부인을 그리는 이야기나 점필재(김종직의 호) 선생이 아내 숙인 조씨의 상주 노릇을 하는 3년 동안,조석 상식에 곡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이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라 전해지는 구절 또한 부부의 정, 역시나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않았던 이들의 마음이 아니련가 하는 생각으로, 그 마음이 글이 있어 지금껏 전해지고 있으니 이 분들이 해 줄 수 있는, 먼저 간 분들에 대한 최고의 위로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그 누구라서 만났기에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겠냐만은 그래도 슬프고, 그 헤어짐이 지금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차라리 내가 먼저 가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보지않았음 하기를 바라는 애닮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문장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인생의 빠른 순간이나 생각지 못한 일들의 찾아 옴, 그렇기에 지금에 마음을 다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점점 문자라거나 메일로 짧게,  사무적으로, 농담으로 일상을 전하는 게 '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지금의 우리들은 알고 있는지, 가끔은 가까이 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길은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진짜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그 누군가에게 꼭 글이 아니더래도 마음을 보여주고 사랑을 전해주는 순간을 가져봄이 어떠한지... 라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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