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실성한 이후, 그녀는 매일 밤 운다. (p.11)

그녀의 삶에서 눈물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어지러운 하루를 시작하는 여자, 소피. 그녀는 끔찍한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도망을 치게된다. 도망을 치면서 그녀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이 이번 처음이 아니였음을, 그리고 그 때마다 자신은 기억이 없었노라고 자신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 눈엔 역시 그녀가 그녀 말처럼 실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뿐이다. 언뜻 보이는 그녀의 어두운 기억은 한 때는  정상이었을 그녀를 저렇게 만든 것인가 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다가도  한순간에 보이는 잔인함으로, 가는 곳마다 사건을 일으키는  종잡을 수 없는 그녀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경찰 1급 수배대상인  그녀가  이제는 순진한  남자를 만나 그에게 상처를 입히려 한다. 계획을 세워서... 왠지 뭘 모르면서도 간단히 당할 것 같지 않은 그지만, 과연 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싶다.

  

"알렉스" 에서 알렉스가 슬픈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건과 반전을 그려낸 피에르 르메트르의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역시나  정신없고 연약해보이는 소피가   자신을 무서워하고 세상을 무서워한다면서도, 그 세상에서 안전해지기 위해  다른 이를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의 영악함, 그리고 끔찍함에 점점 그녀를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속에 혹시나 더한 끔찍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곧 그녀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어쩌면 누구라도 그리 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은, 누군가의  치밀함이 만들어내는  반전이 있게된다. 여기서 더 이상의 반전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깨고 소피, 프란츠,프란츠와 소피,소피와 프란츠로 넘어갈수록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 마치 한번 보면 끝나기 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히치콕의 영화에서처럼 서서히 조여오는 그림자, 혹은 가스등의 연약한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다가오는 그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그들 사이의 알고 싶지않았을 서로의  과거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며 이제 그들은 서로가 세운  계획을 중간에 멈출 수 없게 된다.

 

아마도 피에르 르메트르라는 작가의 매력은  뻔할 수 있는 사건에 뻔하지 않은  반전이라는 것도 있지만  끔찍하게 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복수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이, 그런 이를 바라보다보면 남게되는 슬픔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역시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무서운 사건보다는 그리되어 갈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간에 보이는 인물들의 살짝 보이는 사랑, 행복,사건, 증오, 그리고 역시나 찾아오는 복수, 그 뒤에 남는 슬픔이라는 감정들이 다 들어있기에 또 다른 느낌의 스릴러영화가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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