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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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다면 사는 거고, 내가 죽는다면 죽는 거지."

 

지금이면 '아이고, 무시라...' 할 그 소리를 예전에는 나도  하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쬐금 어렸던 그 땐 왜 이리 고민이 많았을까 싶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삶이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살아지는 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  시간날 때마다  천천히 나누어 고민하느라 그다지 아프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건 살아갈수록 가진 것도, 가질 것도 많다는 걸 알게되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나이드신 분이 "그런게 아니야. 아직 멀었구먼..."이라며 공수레 공수거라는  말씀을 하신다면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나이들었다는 건 또 무언가, 쓸데없는 고집을 매번 시시한 이유로 꺽다가도 또 중요할땐 끝까지 남의 말이 안 들린척하기도 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게 아니련가~~

 

살아갈수록   좋은 건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고 어려운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하는 사람들 중  특히나 아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그리도 싫어하던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게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라는  걸 알아가면서 ... 이런 것들은 시간이 가야지만 보이고, 가져지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시간이 가면서 하나씩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런 소중한 아이, 다른 건 사랑하는 이쁜 인희를 닮아 더 이쁘고, 그래도 딱 하나, 짧고 못생긴 개구리 발가락 같은 내 손가락을 닮아서 더 소중한 아이,혜나가 방황을 하기에  ,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미련없어하던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내서 딸 혜나에게 가슴에 남겨줄 사랑을 보여주게된다. 사랑이란  운명에 단 한사람만  넣어놓은 이 선우는 혜나 나이보다 어렸던 그 시절, 나누어진 운명으로 죽음까지 함께  할꺼라 막연히 여겼던 인희와 헤어지게 되고,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중에 알게 된 건 멀리 있었지만 끝까지 함께 하고 있었던  그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 운명은 딸 혜나가  엄마 인희를 오해하고  예전 친구였던  기호를 아빠로 더 사랑하면서 슬픔을 더하게 된다.  

 

"제아무리  사소해도  마음에 담아 두었다면, 그것으로 삶의 의미를 삼을 만하다. 살아가는 이유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P.116)

때로는 아침에 마신  달달한 커피가 마음에 들어  내일도 이 맛이 날까 싶은 시시한 순간이 주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다음날은 잊어먹고, 우아하게 블랙이 주는 쓴 맛에 '이 맛이야'를 연발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인희가 있는 그 곳으로  기쁘게 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흔들리는 딸 혜나를 위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는 끝까지 생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혜나와 우리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다.

 

"널 울게 만든 이유가  네 눈물을 멈추게 할  이유도 된단다. 넘어진 자리가 바로 일어 설 자리인 것처럼 말이다."(P.203)

지나보면  날 울게 한 것이 날 웃게 하는 때도 있다.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그래서 알게되는 건 산다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살아봐야 바뀌어가는 자신을 보며 웃게도 된다는 것이다.  죽음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시고기'로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조 창인님의 "살아만 있어줘" 역시 끝까지 딸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부정(父情)으로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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