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진짜 답이 없다 탐 청소년 문학 7
장 필립 블롱델 지음, 김주경 엮음 / 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 난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

고 사방에서 난리들이다. 그럴때마다 물론 나의 대답은 "네. 존중합니다."이다. 그리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쬐금 있더라 하더래도  어찌 내가 비밀번호,패스워드라는 암호로 딱 막혀 보이지도 않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있으랴 싶다. 이웃으로 맺어진 아이들의 블로그에 잠깐 들릴때도 있지만 짧은 글과 그 밑에 달린 수많은 댓글, 게다가 어떤 날은  그  댓글이 초성이나 이상한 글자들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져있는 경우도 있기에 한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해석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 많은 글을 다 읽어 볼 힘도 없지만, 어쩌다 눈에 띄어 이런 글이 왜 달린거야 라고 물어보기라도 할라치면 '어떻게 알았냐'는  비난과  눈흘김이 있어 어이가 없어지기도 한다. 우린 이웃이라고... 비밀글이 아니였다고...

 

이런  주장을 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만이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라 여겼던  블로그에  어느 날부턴가 아빠가 방문하고 있다는 것과 당연히 내용까지  읽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화가 난 아들이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아빠에게 복종은 하되 절대로 말은 하지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아들과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지만 얼굴에  이미 미안함과 당황스러움이 드러나있는 아빠의 '누가 오래 말 안하고 참기' 대회가 열리게 된다. 울 집에서도 가끔 돌아가며 이 대회를 열기도 하는 고로  어떤 방식의 화해를 택할지 궁금했는데,  아빠가 먼저 비밀이 든 판도라의 상자를 공개함으로써, 이제껏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 그 나이쯤되는  아빠가 가졌던 고민과 숨겨 둔 가슴아픈 비밀을 알아가며 아들도 아빠가 왜 그래야했는지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들의 사생활을 몰래 감시하는 것, 그건 아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p.31)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화를 낼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아들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이 정도가 뭐 감시까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일기 역시나 부모님이  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깜짝 놀라게 되는 아빠를 보며, 예전  긁적여놓은 낙서를 누가 볼까 싶어 철통보안을 해놓으려했던 나를 생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게된다.  그 이해에 아흔 먹은 노인이 예순 아들에게도 길 건널때 조심하라는 말을 여태껏 하는 건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걱정일뿐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지금 내 심정을 살짝 덧붙이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 앞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다. 그렇게 해서 안에 있는 사람에게 상대방을 맞을 시간을 준다.(p.130)

달라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했다 싶다가도 급 브레이크가 걸리는  우리 부모라는 사람들. 이런 우리같은  투닥투닥 싸움을 하는 부자의 장난스런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사과를 위해 한 발 멀리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기다리는 아빠, 그리고 아빠에게도 자신과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그리고 더한 상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아들이 만들어가는 사과가  대충 급사과로 마무리 짓곤하는 아이와 내 관계도  생각해보게한다.  가까이 있는 사이일수록 누군가가 이해하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는게 너무 힘들다는 걸 알기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들은 언제나 유혹에 빠진다.

 아이들이 막아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 걸까... 아마도 그 전에 아이들과  예전 내 생각을 해보며  속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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