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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에 가야겠구나 하는 일도, 가야만 하는 일도 많아진다. 예전과 다르게 피곤하거나 어딘가 욱신거리는, 개운하지 않은 몸상태로 '옛날 몸이 아니야.', '가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어.'라는 등의 이야기가 실감이 나게되면서 아무래도 의학의 놀라운 힘을 빌려볼까 하는 일이 많아지게된다. 1년에 한번씩 하라는 건강검진에 조금이라도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에는 더 그 부분이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주변에 연로하신 분들을 보게되면 아마도 나 역시나 다른 이들이 말하는 세월 그대로 진행이 되겠구나 싶고, 그 나이대로 여기, 저기, 그런 부분이 약해지겠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장차의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아프다거나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지게되면서 사람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 중 제일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부분인 '사(死)'라는 부분을 더 생각해보게되는 기회가 생기게된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분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돌아가셔서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는 경우도 있었고.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으로 혹은 우연히 알게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리면서 삶과 죽음이란 고민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은 역시나 이런 저런 기계와 치료로 환자의 몸을 지탱시켜주기에, 우선은 안심이라는 생각이였는데, '목숨 걸고 찾아가는 곳이 병원이다'(p.21)라는 말부터 '암 때문이 아니라 암 치료때문에 죽는다.'(p.137),'의료는 너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다.'(p.97) 등 병원과 의사가 내놓은 처방에 대한 우리의 맹신을 재고해보라는 이야기에, 우리에게 병원이란 어떤 곳일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된다. 평생을 의사로 지금은 임종을 앞둔 노인을 돌보는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 '나카무라 진이치'씨는 아무래도 노인들의 임종을 많이 보게된 탓인지, 다가 온 죽음을 억지로 삶으로 연장하는 것이나 고령자의 암은 방치가 낫다, 때로는 늦은 진단이 편안한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로, 어쩌면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이의 낯선 감정으로 우리에게는 의구심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죽음과 삶중 지나치게 삶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비판이나 지나친 건강검진이나 건강 염려증, 그리고 요즘 전 세계를 뚫고 있는 동안과 몸짱 열풍으로 세월을 어떻게든 잡아보려하는 지나침에 대한 경고에선 내가 혹시나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싶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면역력을 키우며 자연스레 다가오는 노화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에는 한동안 유행이었던 유언장이나 쓰러진 후 병원에서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가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죽음을 바라 본다는 것이 어둡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삶을 더 훌륭히 살아낼 것인가 라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지금 나는 생의 어디쯤 와있는건가 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나카무라 진이치'씨가 16년전부터 하고 있다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했었다는 생전 장례식까지는 아니더래도 이제까지의 삶에서 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버킷 리스트 실천,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정리를 해보는 건 좋지않을까 싶다.
"떫은 감의 떫은 맛도 그대로 달콤하다."(p.263)
많이 살아본 사람만이 떫은 것도 그 채로 즐기게 되는 것일까. 그가 뒷장에 적여놓은 인생 고별파티 초대장이나 엔딩노트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이나 바라는 죽음을 보면서 이제 일흔을 넘긴 그의 나이만큼 담담해진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알게되니 앞에서 말한 편안한 죽음, 그리고 의사를 멀리해야 할 때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게된다.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만나지게 되는 죽음, 사람은 살아온 것처럼 죽는다는 말에 뜨끔하게 되는 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준비한 채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솔직한 고백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눈에 병이 나고 보니, 지금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p.213)
-- 마음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마음을 맞춰라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