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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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뉴스가 잘 봐지지 않는다. 

 

사람이 요즘 일어나는 일도 모르면서 어찌 내일 일을 이야기하겠느뇨 라며 뉴스나 신문에서 그 날 그 날 일어나는 일들을 잘 보고 주로 조심을 했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미담이 나오는 경우에는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거나 나쁜 일에는 이런 일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로,  좋거나 나쁘거나 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기에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알아야 하고 조심해야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고,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만으로는 너무 터무니없는 이유로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지라 어느 정도가 바닥이고  경계선인지 알 수도 없고, 언제까지 계속 이런 이야기들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뉴스를 종종 걸러내서 말하게 된다.그러다보니  언제나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똑같은 나쁜 뉴스,계속  봐야하나 싶어 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경우만 찾아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현시창'이라는 아마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는 창문이라는 뜻이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제목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현실은 시궁창' 이란 뜻의  줄임말이였다는 말에  우린 어느 새 여기까지 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가 힘들었을때도  품앗이, 두레에 까치밥, 심지어는 고수레라 하여 귀신까지 걱정하면서 어려운 살림 다  내놓고 나누던 정이라는 게 없어져서인걸까, 물건이 너무 많아 새것에 질려서 다시 버리고 산다는 돈도 많고 물건도 많은 이 시대에 일어나게 되는 끔찍한 많은 일들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싶다. 학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비정규직, 임시직이라는 악조건에 웃으며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든 이겨내 보겠다는 이들이 만나는 건  30분 배달제, 지금 필요한 근로 장학금이 소득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세상이고 손에  잡을 것도, 잡을 수도 없다며  우리가 그토록이나 꾸라고 하는 꿈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의 하소연에 그들에 대한 기사를 써가며  세상에 대한 환한 빛을 잃어갔을 이들처럼 저자 임지선님이 느꼈을 상실감, 떨림을 느껴보게 된다.

 

이렇게 노동,돈,경쟁, 여성의 키워드로 묶여 나열되어있는 24편의 청춘들의  세상은 언젠가 한번쯤은 듣고 가슴아파하며 애써 잊고 싶었던 뉴스에서 만나봤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우리가 너무도 쉽게 내뱉는 말과는 달리, 뭔가 시작도 하기전에   끝없는 나락속으로  들어가야했던 이들의 이야기이고,그런 우리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대기업이라고 좋아했던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그 무엇때문에 아프게 된  딸의 죽음을 자신의 택시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진단서로 열심히 노력했을 이번 학기 나쁜 점수를 지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왜 똑똑해서 다음도 모르는 채로 여기까지 공부가 좋아 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의 이야기.상사의 성희롱을 용기내어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퇴직을 요구받아야 했던 이. 돈을 쫓아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  지금도 막막한데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거칠게 우리에게 묻고 있다.

 

도시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그 뒷골목은 더욱 더 어두워진다.(p.160)


저자 임지선은 지금을 (現) 노래부르며 (詩) 창의적으로(創) 이겨내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너무 늦었지만 힘들어하던 그들에게  앞으로는   더 이상 똑같은 일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해보겠다며  우리가 내는 같은 목소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작지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파서가 아니라 맘껏 해볼 수 있어서 청춘이었음 하는게, 앞으로의 청춘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은 세상이였으면 하는게 이미 책임져야 할 기성 세대가 되버린 내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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