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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 ", 그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하나는 벤저민과 헬렌의 이야기입니다. 천성이 외로웠던 이들은 부부가 되어 잘 살았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돈을 어마어마하게 잘 벌었던 벤저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헬렌을 사랑하지만 헬렌은 아마도 유전이 되는 병인듯한 병으로 인해 많이 아프게 됩니다. 그걸 지켜보는 벤저민은 헬렌이 자신에게 눈을 주지 않자 괴롭기만 한데요. 보통 이 정도라면 우리가 그려가게 되는 아프고 절절한 광경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생각과 좀 다르게 그려집니다. 그들의 성향때문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비극적인 결말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 두번째, 앤드루 베벨의 이야기로 넘어가는데요. 낯설지만 어딘가 봤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벤저민과 헬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게 어딘가 흐름이 비슷한데요. 그래도 살짝 다릅니다. 그들 부부사이, 특히나 앤드류가 조금은 벤저민과 다르거든요.
"하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서사시든 비극이든 결정적인 장면의 주연이어야 한다."-201
4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말하는 사람, 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분명 한 부부의 이야기일텐데 느낌이 다르게 됩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진실이 이 안에 진짜 있는데 우리가 못 찾고 있는 거라면 아내 밀드레드가 얼마나 억울할까 싶게 말이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이미 사라져 어떤 이일지 알 수 없는 밀드레드에게 신비한 힘이 있었다고 한 이야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거 같은데요. 어쩌면 그것도 그녀와 같은 힘을 나도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 하지만 이미 그런 힘이 없다는 것에 대한 인정, 그리고 가진다해도 결코 행복만 한 건 아니라는 위안도 받을 수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누구나 같은 걸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더 본다는 것이 맞다는 것이죠.
1920년내 미국의 금융시장. 누구는 돈을 벌어 욕을 넘어 추앙을 받고 누군가는 한탄을 하고, 그렇지만 결코 경제에 있어서 승리만 하는 자는 없다는 진실위에 누가 어떤 방향을 보고 서 있었던 게 맞는 것인지를 추리 소설처럼 상상하게 만든 이야기는 인생이 뭔가도 생각하게 하지만 사람이란 자신이 보고싶은 쪽을 어떻게든 상대에게 보게 만든다는 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게 진짜 한 부부의 이야기였다면 진실은 뭐였을까, '트러스트', 함부로 누군가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게 꼭 진실도 아니라는 걸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