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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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들은 모든 일에 직접 뛰어들어 무엇이 맞고 틀린지 체험함으로써,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진정한 분별력을 얻습니다(89)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그럼으로써 세상에 어리석은 자들이 지혜로운 자들보다 훨씬 많은데도 잘 굴러가는게 왜인지를 알려주는데요. 어리석은 쪽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그 당시 지혜로운 자들이라 불리우던 성직자나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나쁘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들이 자신이 주장하는대로 살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던터라 "역시"라는 생각을 갖게도 되구요.성직자 아버지를 뒀고 수도회에서 공부도 했기에 가까이서 지식인이라는 이들의 행태를 봤던 에라스무스가 이런 글을 썼다는건 그들의 이중성을 봤기 때문 아닐까 싶어서인데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을 웃으며 풍자했기에 비난을 세게 받은 이 글이 책으로 어떻게 나오게 된걸까 싶은데 사연이 있었긴 합니다. 병 치료차 쉬기위해 런던의 토마스 무어( 그 유명한..)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됐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쓰게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책으로 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읽어본 친구들의 열광적 반응으로 책이 나오게 됐구요. 그 당시 종교의 힘에 기대 자신이 최고라고 여긴 이들에게 제대로 날린 반격이 르네상스를 이끌려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리였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싶지만 참았던 말이 다른 이에게서 나올땐 박수가 최소 두배는 되는거니까요.


그리고 무작정이 아니고 논리적이기에 반박하기도 쉽지않아 반가운데요. 값비싼 물건과 값싼 물건 중에 어느 쪽을 감출지 물어봅니다. 바보가 아닌이상 누구나 비싼걸 감추겠다 답을 할텐데 그 당시 이런 말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혜는 감추지 말고 어리석음은 감추라고요. 결국 이 말은 어리석음이 지혜보다 더 귀하다는 거 아니겠냐고 하는데요. "자신의 어리석음을 감추는 사람이 자신의 지혜를 감추는 사람보다 더 낫다."는 말에 빗대기도 했으니 옳고 그름의 빈 틈을 노린듯 하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꼭 틀리다고는 볼 수 없으니 어느 면으로는 기쁘게 속아 넘어가고 싶게 됩니다.


이렇듯 어딘가 꼬아놓은 것처럼 풀어놓았지만 전쟁이 왜 나쁜지, 탐욕이 왜 어리석은지, 미신이나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이 왜 어리석은지, 도전이 왜 멋진건지, 사람이 왜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등등 지금에 와 이런 말을 하는 이가 있다해도 매력적으로 보일듯한데요. 500년이 지나 지금도 맞는 이야기다 싶은 건 인간이 여전히 어리석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도 만듭니다. 그런 "우신 예찬"이기에, 왜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에게 영감을 주었다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겠다 싶어지기도 하구요. 우신이 태연스레 이야기한 부분 중에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나 역시 그렇기도 하구요. 하지만 바뀌지 않는 건 이런 솔직한 이야기가 종교개혁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요.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자, 예나 지금이나 그런 자는 다르게 봤고 다르게 여겼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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