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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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다가 나이든 나와 너를 바라보게 되고 .. 인생에 있어서 이런 걸 바라지만 지금도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일겁니다. 하물며 전쟁과 가난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때는 그 일이 세상 가장 힘든일이였을 겁니다


호랑이를 쫓다 기력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요. 그는 배고파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생전의 아버지가 남긴,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여만 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그렇게 눈밭에서 죽어가던 남자가 산 속에서 길잃은 일본군을 만나게 됩니다. 다행히 어렵게 목숨을 구하게 되지만 그나 길잡이 백씨의 목숨이 일본군에게 얼마나 하찮은지를 보면서 앞으로 그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를 미리 보게 되는 듯합니다.


옥희, 연희,월향이라는 세 여자도 유명 기생집에서 만나게 됩니다. 기생들의 유명세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도 바뀌지는 않지만 그들의 앞날 또한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그녀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되는 남자들 또한 그녀들의 운명과 얽히며 각자의 인생이 꼬이는 걸 보여주는데요. 내일 누가 살아있을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시대였기에 더 굴곡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지에서 민족투사로 운명을 바꾸는 정호, 자신의 사랑을 따랐지만 시대가 준 한계는 벗어나지 못한 옥희, 기생에게 잘보이기 위해 순간적으로 한번했던 독립운동으로 일생동안 관심없어했던 독립이 된 나라에서 용서를 받을 수 있었던 성수 등.. '바람앞의 등불'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일생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보게 됩니다.


그 당시의 인텔리답게 나만 등따숩고 배부르면 상관없다는 성수의 국가관이 나옵니다. 어차피 일본과의 합방은 오래전에 된 것이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가 원래 뭐였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거든요. 그 때 같은 부르조아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나선 명보가 그럼 기찻길에서 놀고있는 아이를 보면서도 아차피 인간은 죽을거니 놔둬야 하는 게 맞냐고 물어봅니다. 이렇게 누가 옳고 그른지 분명한 가치관을 보이는 그들이지만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운명을 맞이하는 걸 볼 때면 중간에 뭐가 잘못된걸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과 뒤가 어땠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보지 않고 눈 앞의 결과만 보는 게 인간이기에 그렇게 된걸까 하게도 되는데요. 자신을 진짜 사랑해준 사람을 잡지 못한 옥희와 순간 말로 평생의 바람을 버린 정호, 일생을 독립에 바쳤지만 그에 합당한 결과는 얻지 못한 명보, 온 가족을 등에 졌기에 혼자일수 없었던 한철, 일생을 내 편한대로만 살았지만 아마 끝까지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이토 등,,, 1918년에서 1964년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고 살아냈던 이들의 이야기가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사람에게 기댈 수 있기에 지금껏 무엇에도 꺾이지않고 살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그래도 왜 누군가는 평생을 기류를 타고 편하게 살아가는 데 비해 누군가는 왜 야수처럼 살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를 보게 되면서 씁쓸함이 남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는게 맞는데 과연 그런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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