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EBS CLASS ⓔ
김종근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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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가 없을 땐 길 찾는 게 고역이였습니다. 지금은 내 위치에 따라 길이 뱅그르르 돌아 나를 중심으로 위치를 잡아주지만 그 때는 나를 지도에 맞춰 어디있는지를 알아야 했으니까요. 이런게 늘 힘들었던지라 지리를 못하는 거나 지도를 못 보는 게 당연하다 여겼는데요. 지도가 뜻하는 것이 땅이나 건물의 위치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다 싶으니 많이 아쉽네요. 진작 관심을 뒀더라면 지금 아는 것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세계 최초로 세상에 질서와 구조를 부여하고 바빌론을 지도 가운데에 위치시켜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겼던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에서 성서의 내용으로 지도를 만들어낸 헤리퍼드 마파문디, 프랑스 시민에게 국가라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 발명품으로 여겨지는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지도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연히 떠올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김대건의 조선 전도 등등의 지도를 볼 수 있는데요. 지도가 보여주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가 가진 문화와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도에 그것들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대아틀라스" 는 명예와 부를 위해 제작된 지도라 하는데요. 라틴어판, 프랑스어, 네덜란드어판 등등의 언어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유럽의 국왕들에게 선물로 제공되었기도 했고 가격이 워낙 비싸 신흥 엘리트만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법인가 봅니다. 이 상징성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다니 말이죠.하지만 역시나 외양에만 너무 힘을 줘서인지 그 가치로서는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니 어딘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를 보면 또 다릅니다. 15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기에 정확성이 떨어졌을것만 같지만 르네상스 이후 발달한 지도제작 기술과 과학 연구의 성과라던가 삼각측량법으로 지도의 정확성이 높아졌다던가 하는 걸 볼 수 있다니 말이죠. 이 지도의 자극으로 주변 국가들도 국가 지형도 제작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수한 지도학자와 지리학자를 양성하게도 되는 등등의 발전을 했다니 하나의 지도가 가진 가치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처음 들어봤는데 다 지도를 그려야만했던 사연이 다 있더라구요. 그 당시 조선에 육로로 카톨릭 성직자를 보낼 수 없었기에 해로를 알아야했다는 겁니다. 김 정호의 대동여지도 역시 지금 보아도 어떻게 그 당시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싶은데요.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에서는 콜레라를 막기위해 지도를 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쓰임새 또한 다양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지도들의 이야기는 지도의 흐름이 단지 탐험을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고대인들의 우주관에서 철학과 문학, 그리고 전쟁을 위해 지도를 놓고 멀고 먼 길을 떠났을 전 시대의 인물들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지도의 의미가 누구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고나니 지도보기가 더 재미가 생기고 나라면 무슨 이유로 지도를 만들어 보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지도를 따라가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게 인생과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한데요. 보물이 x자로 표시된 지도만이 보물을 묻어놓은 지도가 아니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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