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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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화나면 시를 읽는다는 유명한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말이나 글로 유명하신 분이니 책을 많이 읽으신 분이라 그렇겠지만 ... 화를 시로 달래는 분이라니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역시나 읽은 후 감정을 바꿀 수 있을만한 그런 글을 쓴다는 건 '작가'라는 재능을 가진 이들의 고유 특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내가 글이 된다면"의 저자 캐시 렌첸브링크님이 말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선 준비하기부터 채굴하기, 다듬고 고치기, 마치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백 명의 낯선 사람 앞에서 말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거라는 따뜻한 위로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말이죠. 뭔가를 쓸 때 제 3자의 눈으로 읽어보며 뭔가 더 멋진 말이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는데요. 내가 꺼내든 문장들이 제대로의 길을 가고 있는 건지 몰라하는 건 작가에게도 같은 일이라니.. 하물며 나같은 이에게나 하게 됩니다.


"의지는 실력의 결과로 진화한다. 시도하기 전에는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실력이 늘면 당연히 야망도 커진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만큼은 호흡을 가다듬고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야 한다. - 힐러리 맨클"(p.163)

자신이 가진 뭔가를 꺼내는 채굴 작업이 글쓰기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준비하기 과정에서의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를 하다보면 바깥 세상으로의 눈을 더 크게 뜰 수 있고 그것에서 시야도 넓어지고 쓸 거리도 많아지는 걸까 하게 됩니다.


마지막 부분의 '더 읽을거리'나 '부록'에 보면 읽으며 무언가를 발견했던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라던지 '유혹하는 글쓰기', '쓰기의 감각' 등에서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역시나 기분이나 날씨, 날짜를 상관하지 않고 써야하는 작가들의 고충도 볼 수 있습니다. 왜 글을 쓰는지도요.


"좋은 글은 진실을 말하거나 적어도 변형된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에서 탄생한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버전으로 '진실' 인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글을 쓰는 것은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혹은 '뛰어난 '사람인지를 묻는 내면의 비판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다. "-280(클로버 스트라우드 '더 와일드 아더'의 저자)


글이란 무겁거나 재미있게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나 개인의 사소해보이는 기억마저도 글이 되어 누군가의 공감을 받게 된다면( 대부분은 그게 본인이 되겠지만요) 그게 그 글의 가치가 된다는 걸 알려주는데요.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법"에서도 글을 쓰거나 읽으며 나에게 생길 수 있는 변화들만으로도 왜 아직까지 사람들이 책을 찾는가를 알 수 있는데요. 왜 읽어야 하는지만큼이나 생활인을 위한 글쓰기 도구 가이드답게 앞과 뒤를 두려워하지 않고 써내려가는 글도 괜찮다는 말이 글쓰기의 가벼운 시작에 많은 도움이 될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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