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2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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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과 인연을 맺은 선노미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했는데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선노미의 주막, 즉 김씨 주모의 삼개주막에서 양반들에게 선노미가 이제껏 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정기적인 모임이 열린 건데요. 전편보다 매운 맛입니다. 귀신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한을 '응징'이라는 행위로 드러내기 때문인데요. 살면서 어떤 사연이든 없는 사람이 과연 있겠냐만은 이 주막에 들린 이들이 한 이야기를 선노미가 전달해주는 건데, 어중간한 사연은 없습니다.


산 자는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귀신이 되어 살아서 못한 그 한을 푸는데요. 목이 부러져도 이쁘다면 쓰겠다는 여인들의 미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여인의 머리칼", 선노미에게 나타난 이쁜 이의 비밀을 담은 "첫사랑", 산후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아이 잡아먹는 귀신",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포악정치의 끔찍함때문에 착한 아이를 무서움의 화신으로 만들어버린 "공기놀이하는 아이",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가면속 얼굴"등 풀어야 하는 건 죽어서도 풀게 되어있다는 걸 볼 수 있고 그나마 귀신이 되서라도 풀었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싶기는 합니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다시 보고픈 이를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됐다는 것도요.


선노미를 좋아하는 건 산 자만이 아니고 죽은 자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는데요. 어려운 삶속에서도 자신의 자식과 똑같이 키운 김씨 주모에게 얼마나 고마웠을까 싶어집니다. 그렇게 구김없이 커왔기에 연암 박지원에게 청나라에 같이 가자는 부탁을 받을 수 있었을거 같기도 하구요.


신분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나 믿었던 이에 대한 배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 인생이 참으로 크게 달라진다 싶은데요. 나는 좋은 사람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만난 이들은 어떤 사람인지도요. 주막에 들러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게 될까요? 이처럼 극적인 사건이 없었던 게 좋은 일이다 싶지만 이야기속 세상은 다르지요. 분명히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기이한 일을 많이 겪고 들으며 생각도 깊어질 선노미의 다음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지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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