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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평점 :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 아닐까 싶은데요. 소문처럼 쉽게 무성해지는 건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섬뜩하면 할수록 말이죠. 싫다면서도 더 빨리 기억하고 퍼뜨리게 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이들 주변에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 이들때문에 고생하는 건 역시나 경찰들이구요.
"악마 소문을 내면 악마가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400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런 비꼬는 말을 하는데도 정신못차리고 바이럴마케팅 회사 '컴사이트'에서 일하는 이소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대단하게 여기는 말을 하는데요. 향수 모니터 요원들에게 슬쩍 흘렸던 이야기 그대로 사람이 죽어가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찔리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들을 보니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이 일로 한 팀이 된 나지마와 고구레는 사건을 조사하며 약간의 의리를 가지게 되는데요. 딸 나쓰미를 생각해 한직으로 물러나려는 고구레와 그런 그의 수사감각을 아깝게 여기는 나지마는 일에서나 가정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는 일로 동지의식을 가지게 된겁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마음속으로 보고 있는 풍경이다."-136
소문 그대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도, 이런 사건에도 끄덕없는 사람들도, 경찰이 쫓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건을 멈출 수 없다는 사이코 살인마도 무섭지만 제일 무서운 건 진실을 알지 못하는 가까운 사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요. 아이들에 대한 모든 걸 알기는 바라지는 않지만 반 정도나 알고는 있는 걸까... '소문'에 나오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보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이상하다 싶지만 알고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나와서 '마지막 4글자'반전을 시도하는데요. 소문을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오싹하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마지막 반전이 왜 이리 힘이 쭉 빠지게 하는건지... 내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설마'란 생각없이, 사건도 없이 믿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때문일텐데요.
2001년 책을 다시 냈음에도 여전히 부모 눈에 비친 것과는 다른 아이들, 그리고 없어졌다 싶으면 다시 살아나는 도시 괴담의 진실이 무섭다 싶은데요. 그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건 소문을 만든 자들의 의도다 싶어집니다.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다 싶으면, 그게 소문이니 쉽게 입열고 귀열지 말아야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