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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살인자 ㅣ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평점 :
"왜 깼을까? 그는 자문한다."-8
예기치 못한 시간에 눈을 뜬 한 노인이 고민합니다.왜 지금일까하구요. 그리고 알게되지요. 옆집에서 매일 나던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걸요. 이렇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만 가지고도 뭔가 근처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는 걸 알려주는데요. 북유럽 스릴러의 느낌이랄까요? 사건에 집중하면서도 그 사건에 얽혀있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게되는데 누구나 고민은 있다는 거, 그리고 크게든 작게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외롭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감만으로도 사건을 밀고나갈 수 있는 뚝심의 경찰 발란데르만 해도 그렇게 보입니다. 사건현장을 보면서, 증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을 쫓느라 힘들겠지만 정작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늦은 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는 그의 집이 아내와 딸의 부재로 비었다는 거, 그리고 아버지 건강이 악화되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수도 없지만, 내놓지도 않는다는 거거든요.
뉘스트룀 노부부 옆집 뢰브그렌 부부에게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에 발란데르가 출동하게 되는데요. 노인들에게 벌어진 너무도 잔혹하게만 보이는 범죄현장은 그에게도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40년을 같이 한 뢰브그렌의 아내 마리아나 신고를 한 뉘스트룀 부부가 사건의 피해자인 뢰브그렌 노인에게 비밀이 있다는 걸 조사하며 이제서야 알게 되지만 단서가 너무 없기에 힘든 사건인데요. 마리아가 죽기전 남긴 "외국"이라는 말 하나로 외국인, 난민들을 쫓게되는데, 이 단서가 밖으로 유출되며 난민들의 캠프가 공격받는 일이 생기고 누군가는 계속 발란데르에게 경고전화를 합니다. 그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조만간 무슨 일이 난민들에게 또 일어날꺼라고 말이죠.
노부부에게 생긴 사건과 난민들 세상이 얽히고 이 사건을 쫓는 발란데르의 삶이 꼬이며 소외된 인간들의 삶은 무방비로 위험에 놓여있다는 걸 보게됩니다.대책없는 정책으로 들어오게 된 난민에 겁을 먹는 자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관리들과 살기 위해 들어온 나라에서 길을 걷다가도 해꼬지를 당하는 난민들의 설움, 그만큼이나 설움받는 노인들의 불안한 삶, 그리고 사건 해결하기 위해 쫓는 경찰들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통해서요. 결국 사건도 악한 인간에 의한 것이지만 그들의 꼬임은 이런 관계안에서 나온것이니 우리가 생각할 건 없는지 고민을 던져주게 되는데요
1990년대 세상이라서일까요. 어딘가 익숙하지만 새롭다 싶은데요. 이 이야기가 발란데르 시리즈의 처음이라는데 이제사 만나게 됐네요. 앞으로도 변해가는 사회와 그 변화 이상으로 잔혹해져가는 범죄현장들, 그 달라짐이 괴롭고 예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특히나 발란데르의 홀로서기를 보게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범죄를 말하면서 인간의 힘겨운 외로움도 말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책을 덮은 후에 쓸쓸함을 남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