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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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기에 흥미가 갔는데요. 남는것이 있다면 당연 남는 자들의 추억아닐까 싶었는데, 제목 그대로 "당신이 살았던 날들"이 남는거구나 하게 됩니다. 의학을 배웠고 기자생활을 했으며 이제는 랍비로서의 역할( 물론 그녀는 자신이 이야기꾼이라 하고 있지만) 을 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평범한 우리보다 죽음을 만나는 빈도도 놓을 것이고 그것에 관한 객관적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녀는 고백합니다. 자신에게도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이죠.


"죽기 오 분 전에 그녀는 살아 있었다."-22

유대인들의 죽음에 관한 거리두기 방법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 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게 되는데요.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삶 옆에 같이 놓여있는 죽음의 자리, 상을 당한 이들에게 전하는 의례적인 인사가 닿을 수 없는 진실, 친한 이의 죽음에 건너지 못할 것 같은 슬픔과 그럴 때마다 이미 내 곁에 자리잡고 있는데도 나에게도 한 발 더 다가온 것같은 차가운 느낌에 새삼 두려워지는 삶과 죽음의 무게추 균형잡기가 어렵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라마 제 아노히(왜 나입니까?)"

그녀는 성서 속 리브가의 이야기를 하며 본능적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상반된 고뇌를 말하는데요. 오래전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생활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여러가지가 있다구요. 죽음을 부정하다가 분노, 죽음의 시기를 미루기 위한 일종의 협상에 착수한 뒤에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는 우울감에 싸이고 그런 후에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엘리자베스 퀴불러-로스의 이 5단계 이론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며칠, 몇 개월이란 마지막이란 통보에는 평상시 삶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많다고, 그럴때마다 내가 살아갈때 죽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이야기가 오래전인데도 놀라웠던 건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럼 내 곁에도 죽음이란 게 항상 있다는 건가란 어리석은 의구심때문이였을겁니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우리의 장례식에서 우리가 우리의 죽음으로 요약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살아생전에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57

유대인들에게 생기는 종교 갈등 속 위협과 성서속 인물들에게 찾아온 죽음 이야기,랍비 이전과 이후 그녀가 봐온 이들의 죽음을 통해 삶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을 거 같던 죽음이란 게 자궁안에 이미 세포의 죽음으로 형성되는 우리 신체 기관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부쩍이나 가깝고 많이 다가와있는 죽음에 대한 이해로 그것의 명확함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게 되는데요.


생명의 과잉은 우리에게 시한부를 선고하고, 죽음의 억제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다.-24

삶의 이야기꾼이 전하고 싶었던 건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지켜야만 했던 것처럼 "살았던 날들"이  어떤 건지에 관한 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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