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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니스트 - 모험하는 식물학자들
마르 장송.샤를로트 포브 지음, 박태신 옮김, 정수영 감수 / 가지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선인장도 말려죽이는 나와는 달리 죽어가는 식물도 꽃 피우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친구가 있어 식물이 놀라운건지, 사람의 능력이 놀라운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요즘 허브가 잘 자라니 역시나 내 능력이 달라진건지, 이번 장미 허브가 유난히 튼튼한건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이제는 제법 두툼해 토끼귀같은 느낌을 주는 보드라움과 향기에 취하며 말이죠. 그래서인가요? 식물에 최고 지식을 가졌을 "보따니스트"의 능력은 어떨까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런데 보따니스트,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식물학자는 식물을 자르고 식물의 죽음을 관찰해 생물계 속에 제대로 자리잡게 만드는 사람이다."-140
보물을 캐내듯 여러 곳을 다니며 자신들이 원하는 식물을 채취하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느끼는 여러 식물학자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데요. 물론 그들 역시도 관심이 생기는 종을 자신들 고향으로 들여와 키우기위해 생각보다 큰 고충을 겪는다던지 여러 지방의 풍토병이나 기생충으로 인한 고생을 하는 걸 보면 결국은 애정때문이라는 걸 알게되지만 말입니다.
문익점의 목화씨를 가져오기위한 노력과도 같아보이는 피에르 푸아브르의 육두구 나무 묘목 훔치기 작전이라던지 선교사로 간 중국에서 신임을 얻어 식물을 보내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피에르 니콜라스 앵카르빌의 일화는 식물이 뭐길래 도매체 이런 일을 할까 싶게 만드는데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을 중국 황제를 푹 빠지게 한 미모사를 보면 부드럽게만 보이는 식물이지만 이뻐서 들인 외래종 식물들이 너무 빨리 그 나라에 자리잡아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식물이 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합니다. 잡초 하나 없던 곳을 몇 달 손보지 않았더니 사람 키를 넘는 잡초들이 거의 나무 수준으로 자라 숲이 되었던 걸 본 일이 있던지라 더 실감하게도 되구요.
이렇게 세계 최대 식물학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파리 식물표본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마르 장송은 조용 조용하게지만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살았던 식물학자들과 그와 관계된 식물들의 일화를 에세이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파트 천장을 뚫고 나갈 정도의 놀라운 성장력을 가진 식물을 키우며 뿌듯하게 바라본다는 그의 이야기도 '애정하는 이라면'하고 어느정도는 인정하게 됩니다. 이제는 잘 자라는 식물이 왜 매일 보고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지를 잘 알게 된 사람이니 말이죠.
식물 표본도 공룡의 화석만큼이나 상상을 불러온다는 걸 알고있었던 식물학자들의 세상을 다시 보게 되는데요. 과거의 식물을 쫓아 현재를 보내는 식물학자들이 사라지는 숲 속에서 원하는 식물들에 다가서기가 더 멀고 힘들어졌다는데, 이제는 우리도 흔하다 싶으면서도 오묘하게 여겼던 식물들의 세상을 다시 바라봐야 할 중요한 때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가 보유한 식물 조각들과 잔재들은 이 세상에 본래 존재했던 것들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