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손님 - 오쿠라 데루코 단편선
오쿠라 데루코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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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면들을 다 알게 될 때와는 다른, 다 알지 못할땐 자신이 보는 방향만 보고 특별한 저마다의 이야기가 되는데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에 있었다는 오쿠라 데루코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영혼의 천식'부터 그렇게 시작되는데요. 집안의 가보가 경매에 나오는데 그 가보에는 누가 들어갈만한 공간이 있는 것이고 그 집안에는 오래 전에 사라진 이가 있다. 그렇다면.. 하고 우리는 추측하게 됩니다. 사건이 있었고 그 범인은 집안 사람이라고 말이죠. 약간은 놀라운 고백편지도 발견되니 더 말이죠. 그렇게 사건이 끝나나 했는데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데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허를 찔렸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미인, 사랑과 질투, 이런 이야기가 밤이라면 좀 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형수를 걱정하는 시동생, 아픈 딸에게 있었던 사연을 속직히 털어놓는 아버지등 착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는데요. 알고보면 다들 다른 뒷모습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속아넘어가지 않을까 하게 만드는데요. 그것에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 사건을 일으키기에 믿으려는 사람의 단순함과 속이려는 사람의 이중성, 그것에 얽힌 묘한 심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우리를 흥미롭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편이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뒷 맛으로 그 다음을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들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 진짜 있는 걸까를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그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남편에게 웃음을 날리는 아내 야스코에 관한 '마성의 여자'는 진짜 마성을 가진 게 누구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아내의 능력을 알면서도 죽어도 이혼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모모코일지, 남편에게 어떤 마음이 있는지를 다 알고도 마치 남편인양 일기를 써 갈 수 있는 야스코인지, 그런 두 여자를 못 떠나게 만드는 혼조인지 말이죠.


마음을 돌린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가장 잔인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읽으니 더 오싹하게 느껴지는데요 물론 탈옥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는 의리의 이야기도 있지만 7개의 짧은 단편들이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인간을 생각해보게 하는 게 '오쿠라 데루코'의 매력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어느쪽으로만 감정이 치우쳐질때가 있는데 그럴 때 조심해야한다는 사건들로 말이죠. 90년이 넘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의 매력은 사건에 공포를 더했기때문일텐데요. 에도가와 란포의 말처럼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가 되었을지,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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