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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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포장하기 위해 밧줄을 쓸 때는 그걸 믿기가 쉽다. 하지만 가파른 절벽 위에서 그 밧줄 위에 매달려 있을 때는 그걸 믿기가 절대 쉽지 않다."-243

5살이 갓 된 치카와 이제 막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 미치 앨봄의 실화 이야기는 희망과 정반대인 곳에서도 사랑과 희망은 언제고 찾는 그 곳에 있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지진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속에서 가족과 헤어져 이 곳에 오게 된 치카는 앞으로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되고 정말로 조금씩 몸이 약해져 갑니다. 하지만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만은 어떤 일에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아이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같이 꿈을 꾸게 되는데 아픈 치카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만 하네요.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예전 어르신 말씀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이런 소녀에게서 앨봄은 어른들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삶을 대하는 담담함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도 다른 이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누렸던 크리스마스와 앞으로 남은 크리스마스만 생각하는 거나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자신과는 결혼하지 않을거라는 명확한 이유를 말하는 걸 보면서 말이죠. 그녀의 몇 배 나이를 먹은 나도 그러지 못할거 같은데요. 제일 먼저 하늘부터 그리고 옆에 있던 이들까지 비난하느라 시간을 보낼거같은데 억울할 게 더 많은 치카는 그러지 않았답니다. 아이인지라 잘 몰라서가 아니라 '그럴 수 없다면'이란 생각을 하는 거 아니였을까 해봅니다. 나에게 남은 게 이것이라면 이걸로 최대한 잘 보내면 되지..라는 생각이요.


많이 아프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거나 아이를 키울 때 우리는 세상이 달라져보인다는 걸 알게됩니다.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 때 비로소 생기게 되구요.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할거 같은 세상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생기는 것일텐데요. 그만큼 같이 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새삼스러워질텐데요. 가족이란 혈연이 아니라 애정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치카가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네요. 멀리서 보이는 파랑새보다 가까이 보이는 파랑새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같이 웃고 떠들며 다시 못 올 오늘을 함께 할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도요. 진짜 행복의 의미는 크고 번쩍이며 무거운데서 오지 않는다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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